개그맨 한민관 “너무 말라 건강 걱정된다고? 살이 쪄서 못 웃길까 더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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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의 깡마른 체구와 재치있는 입담으로 ‘예능 기대주’로 떠 오른 개그맨 한민관. 3일 오전 소속사 사무실에서 코믹한 포즈를 취했다. [김경빈 기자]

깡마른 몸에선 웃음이 마르지 않았다. 개그맨 한민관(29). 키 174㎝, 몸무게 52㎏. 메마른 그를 보고 있자면 동전 한푼 건네고 싶은 충동마저 꿈틀댄다. 하지만 그는 마른 몸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개그로 살을 붙였다. 핼쑥한 얼굴을 살레살레 흔들면서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라며 명함을 뿌려댔다. 그리고 이젠 대중이 그 이름 석자에 열광하는 중이다.

한민관은 지난해 말 KBS 연기대상에서 비의 ‘레이니즘’을 패러디 한 ‘뼈다귀즘’ 춤으로 한 차례 주목을 받았다. 그러더니 지난달 ‘시청자와 함께 하는 1박2일’편에 게스트로 출연해 단숨에 ‘예능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 방송에서 그는 “유재석 이기고 싶으면 연락해”란 말로 MC 강호동을 압도해 인터넷 검색어 1위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1박 2일’ 출연 이후엔 노인 분들도 저를 알아보시더라구요. 관심이 늘어나 좋지만 더 재밌게 해드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죠.”

◆개그 선배들이 인정한 기대주=미니 홈피 방문객 수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루 평균 300~400명 수준이던 방문객이 최근엔 5000명으로 급증했단다. 그렇다고 한민관의 이런 인기에 호들갑 떨지는 마시라. 이미 그의 가능성을 예고했던 선배 개그맨이 수두룩하니까. 그가 ‘롤 모델’로 정해둔 강호동도 주변 개그맨들에게 “한민관이 어떻노. 재밌던”라고 했다고 한다. 특히 개그맨 이수근은 그의 ‘1박 2일’ 출연을 도왔을 만큼 애정이 각별하다.

끼로 똘똥 뭉친 그인들 눈물겹던 데뷔 시절이 없었을까. 더구나 마르디 마른 몸으로 그 고생을 견뎌냈을 생각을 하니 순간 울컥할 뻔했다. 한민관의 데뷔 스토리는 이랬다.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전남 광주의 한 극단에서 연극을 익혔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키가 147㎝였을 만큼 마르고 작은 체형이었던 그는 극중 코믹 캐릭터를 도맡았다. 2003년 9월의 어느날, 제대한 지 사흘만에 그는 무작정 상경한다. 대학로에 가면 연기를 배울 수 있다기에 무턱대고 찾아간 곳이 개그맨 안상태 등이 소속돼 있던 극단이었다. “정극을 배우러 갔는데 개그 극단이더라고요. 적성도 맞는 것 같아서 눌러 앉아버렸죠. 6개월 바닥청소, 6개월 조명담당을 한 끝에 첫 배역을 맡았어요.”

◆“살찌면 계약 파기해야”=이후 그는 KBS 개그맨 공채 21기로 뽑혀 본격 개그 무대에 올랐다. 마른 몸을 활용한 ‘몸 줄넘기’ 등 몸개그가 주특기. “뚱뚱한 캐릭터는 많아서 시청자가 식상할 수 있어요. 마른 게 어쩌면 개그맨으로선 축복이죠. 남희석 선배가 그러더라구요. ‘민관이는 살찌면 계약 파기해야 한다’고.”

그의 팬들도 팬레터를 보낼 땐 반드시 비타민이나 건강보조제 등을 함께 보내온다고 한다. 하긴 헬스클럽에서도 ‘지방이 너무 없으니 살을 좀 찌워서 오라’고 돌려보낸 몸이다. “건강엔 전혀 이상이 없으니 염려 마세요. 오히려 살이 쪄서 못 웃길까봐 걱정이죠. 2009년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작은 자리 하나라도 맡았으면 좋겠어요.”

정강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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