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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 “MBC, 시청자에 사과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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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MBC 뉴스·시사 프로그램이 방영한 미디어법 보도에 대해 심의기관의 중징계 결정이 내려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4일 MBC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인 ‘뉴스후’의 관련 보도가 공정성을 잃었다며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의결했다. 이는 방송법상 가장 수위가 높은 제재다. 방통심의위는 또 MBC의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에 대해선 ‘경고’를 결정했다. 경고 역시 법정 제재 중 하나로 방송 재허가 때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심의위는 시사물인 ‘시사매거진 2580’의 경우 앞서의 두 프로그램보다는 사안이 경미하다고 보고 ‘권고’ 조치했다. 권고는 앞으로 방송 제작에 있어 유의하라는 뜻을 밝히는 일종의 행정지도다.

◆공정성과 객관성 위배=이날 심의 대상은 ‘뉴스데스크’의 지난해 12월 25~27일 방영분 등이었다. MBC의 미디어법 보도는 이후에도 계속됐지만, 심의의 효율성을 위해 파업 돌입(지난해 12월 26일) 전후를 특정한 것이었다.

이날 5시간30분에 걸친 회의 끝에 방통심의위는 다수의 의견으로 MBC 보도가 방송심의규정 9조(공정성)와 14조(객관성)를 위배했다고 결론 내렸다. 박천일 위원은 “미디어법 논란은 찬반이 팽팽히 대립되는 사안인데도 MBC는 특정 시각으로만 접근했다”며 “자신의 비판만이 진실이고 이것이 다수의 건전한 여론이라고 몰아간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또 MBC 구성원을 향해 “방송인이 아니라 정치인 같다. 정치성을 너무 노골화했다”고 덧붙였다. 박명진 심의위원장도 “MBC는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모두에서 불법 파업을 일으킨 MBC노조 입장만을 대변했다”고 지적했다.


◆“균형 잃어” vs “나름 노력했다”=결론에 앞서 3시간 동안 진행된 의견 진술에선 일부 방통심의위원과 MBC 제작진 간에 토론이 벌어졌다. 가장 논란이 컸던 부분 중 하나는 지난해 12월 25일 뉴스데스크 진행자 박혜진 앵커의 발언이었다. 당시 박 앵커는 뉴스를 마무리하면서 “내일부터 파업에 참가한다. 방송법 내용은 물론 제대로 된 토론도 없는 절차에 찬성하기 어렵다.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정호 위원 등은 “객관적이어야 할 뉴스진행자가 노조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MBC와 일부 심의위원은 박 앵커의 말은 신상 발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심의에선 화면 구성과 용어 사용도 도마에 올랐다. 뉴스데스크는 관련 보도에서 한나라당 입장과 미디어법 개정 효과를 보도하며 ‘궁색한 논리’ ‘여론 독점 우려’라는 제목을 붙였다. 박명진 위원장은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뉴스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천일 위원은 “대기업을 재벌, 조·중·동을 족벌 신문으로 단정해 보도하는 것은 MBC의 감정이나 편견이 개입된 용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영방송인 MBC가 편견을 가지고 보도한 것은 국민에게 큰 해악을 끼친 것”이라며 “건전한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고 여론 왜곡만 가져오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엄주웅 위원 등 일부 위원은 MBC 보도가 균형성 면에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도인태 MBC 탐사보도팀장은 “우리가 약간 (방송법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언론에는 사회 비판 기능, 논평적 기능도 있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뉴스후’ 팀장 등도 “시사 프로그램의 성격상 논평 기능이 강할 수밖에 없다”며 “나름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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