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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논객 발언에 미 정가 색깔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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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10 회계연도 예산안 발표를 계기로 미국 정가가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냉전 후 사라졌던 사회주의 이념공세가 다시 등장하고, 보수와 진보 진영 간엔 색깔 논쟁 조짐도 보이고 있다.

부유층 중과세, 건강보험 확대와 일부 은행 국유화 등 오바마의 ‘큰 정부론’이 보수층의 공세를 불렀다.

극우 논객 러시 림보의 오바마 비난이 발단이었다. 그는 예산안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오바마의 임무가 자본주의와 개인적 자유라는 기초를 부정하는 국가 재개조라면 그가 실패하기를 바란다”고 연설했다. 워싱턴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한 자리에서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 1일 CBS에 출연해 “공화당의 막후 실력자이자 목소리인 림보가 오바마 정부의 실패를 원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오바마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을 내세웠다.

공화당은 처음엔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대통령이 실패하기를 원하진 않는다”며 림보와 거리를 두는 듯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인 마이클 스틸은 TV 프로그램에서 “림보는 엔터테이너이고,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토크쇼는 선동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스틸의 발언 직후 림보가 “스틸 의장은 맡은 일이나 제대로 하라”고 공격해 싸움이 커졌다. 스틸은 즉각 “림보를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그를 존경한다”고 공개 사과했 다.

그러자 다음 날부터 민주당의 공세가 더욱 거칠어졌다. 팀 케인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스틸 의장이 자신의 발언을 뒤집고 림보에게 사과한 것을 보니, 림보가 정말 공화당의 배후에 버티고 있는 세력임이 드러났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림보는 라디오 프로그램 ‘러시 림보 쇼’를 통해 라디오 토크쇼란 장르를 개척한 거물 방송인이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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