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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성]장편소설 '거문도' 출간 영국 대사관 공보관 박영숙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러시아의 남하 견제를 목적으로 외딴 섬 거문도를 2년간 기습 점령했던 영국 해군. 파란 눈.노란 머리의 영국 수병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거문도의 아름다운 처녀무당. 둘 사이에 태어난 최초의 한.영 혼혈아와 그 후손들. 영국 대사관에서 15년째 공보관으로 일하면서 동두천 혼혈아등 불우아동들을 돌보는 '수양부모 (Foster Home) 운동' 에도 관심을 기울여온 박영숙씨 (53)가 최근 장편소설 '거문도 (전3권.도서출판 장원)' 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거문도사건 (1885~1887)' 이라고만 기록된 숨겨진 역사가 현대의 입김으로 되살아나 있다.

"영국 수병묘역 참배행사차 해마다 몇차례씩 거문도를 방문했었죠. 85년께 우연히 현지의 90대 노인에게서 짤막한 실화를 전해들은 게 이 소설을 쓰게된 계기였어요. "

그 노인은 박씨에게 "남자 여자가 만나는데 나라가 문제였겠어?

배에서 헤엄쳐 무녀를 만나러 다니던 수병은 물에 빠져 죽어버렸고 무녀는 그후 딸을 낳았지. 그 애가 열서너살 땐가 나라의 수치라면서 조정에서 멀리 데려가 버렸어" 라고 일러주었다.

박씨는 영국으로 건너갈 수 밖에 없었던 이 소녀의 운명과 이후 그녀의 자손들이 겪게되는 복잡한 만남과 인연들이 개방기의 한국근대사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얽히고 설키는 궤적을 상상, 눈으로 본 듯 생생히 그려냈다.

"95년 이미 소설의 시놉시스 (개요) 단계에서 영국 민영방송 인디펜던트 TV가 미니시리즈로 제작하겠다고 요청, 계약을 해놓은 상태" 라고. 96년 출간됐던 그의 첫번째 소설 '더블크로스 (변절자)' 역시 영국 그라나다 영화사에서 영화로 제작중이다.

대학 (경북대외국어교육과) 졸업후 교사생활.미국유학을 거쳐 영국대사관에 재직중인 박씨는 현재 문학계간지 '라 쁠륨' 의 편집위원. '버지니아 울프의 항해' '존 메이저 영국수상' '기네스 북' 등 숱한 번역서를 낸 바 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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