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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억대 고등훈련기 비리 관련 예비역 장성 등 7명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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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국방부의 묵인 아래 공군 고등훈련기(T-50) 개발사업의 기술 제휴선인 미국 록히드마틴사에 부품 납품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1억1000만달러(약 1300억원)를 부당 지급키로 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방부는 민간기업의 사업비인 이 보상금을 국방사업비로 잡아 예산에 반영했다. KAI는 이 중 3000만달러를 지난해 말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공군고등훈련기 비리 특감'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국방부 및 공군과 공모해 전투기 제작사업 수익 전망을 엉터리로 작성한 예비역 육군 대장 등 예비역 장성 2명과 이를 방조한 현역 공군 영관급 장교 2명 등 군과 KAI 관계자 7명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군수 납품에 대한 관리업무를 소홀히 한 국방부 관계자 4명에 대한 인사조치를 국방부에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록히드마틴 측에 대한 국방부의 예산지원 계획을 백지화하고 KAI가 보상금 지급에 따르는 세금을 전액 납부하도록 국방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국방부와 공군은 "감사원 지적에 승복할 수 없다"며 이른 시일 안에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사건 개요=감사원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8월 T-50의 주익(主翼) 납품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KAI에 8000만달러를 요구했다.

보상비를 지급해도 납품권 인수로 인한 이익이 1억8000만달러에 달해 우리 측에 유리하다는 이유를 댔다.

KAI는 또 록히드마틴 측과 보상금 지급시 세금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한국 측이 부담한다는 약정도 했다. 이에 따른 법인세 등 세금 규모는 3000만달러에 이른다.

감사원 관계자는 "KAI가 록히드마틴에 지급키로 한 8000만달러는 사실상 하도급 업체와의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금 성격인데도 KAI는 회사 부담을 국가에 전가시키고 세금을 피하기 위해 이 돈을 면세 대상인 국방물자 납품을 위한 마케팅 비용으로 책정해 국방부에 보고했고, 국방부가 이를 용인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간기업이 하청계약 파기에 따른 보상금 지급과 이로 인해 발생한 세금 등 1억1000만달러를 국방부의 사업비에 포함해 예산에서 부당 지원키로 결정한 셈이라는 게 감사원의 분석이다.

◇납품비리=KAI가 산정한 록히드마틴 측의 납품권 포기에 따른 우리 측 이익 규모는 터무니 없는 추측에 의존한 것이라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록히드마틴 측은 포기할 주익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개당 360만달러 이상으로 책정하고 보상금을 요구했는데 감사원이 생산비를 계산해보니 200만달러대라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KAI 측이 깎을 수 있는 생산비를 협상도 제대로 하지 않고 보상금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KAI 측이 이런 계획을 짠 이유에 대해 "향후 줄어들 전투기 수주에 대비해 사세를 유지하기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보상금을 산정한 혐의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KAI 측의 엉터리 계산을 파악한 국방부와 공군 측은 이를 묵인한 채 승인했다는 것이다.

특히 국방부 연구개발관실은 보상금을 정부 사업비용으로 잡을 수 없다는 내부 의견을 무시하고 예산을 적용하도록 강행한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방부와 공군 관계자들이 금품수수 등 비리를 저지른 혐의는 없었다"며 "그러나 죄질이 무거워 고발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KAI의 반발=국방부는 "국내 생산시 단가를 1억3000만달러 절약할 수 있다고 판단해 KAI가 요청한 주익 생산자 변경을 승인했다"고 해명했다.

KAI 관계자는 "T-50 사업이 국방부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어서 보상 비용이 국방부 예산으로 잡힌 것"이라며 "세금 문제도 당시 재정경제부에 자문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나 KAI가 감사 결과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임봉수 기자

*** 바로잡습니다

본지 6월 19일자 3면 감사원의 고등훈련기 사업 특감 기사 중 수익 전망을 엉터리로 작성한 '예비역 공군대장'을 예비역 육군대장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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