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추적] 대기업 초임 삭감 기준 논란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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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기업 대졸 초임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25일 “대졸 초임을 최대 28%까지 삭감키로 했다”고 발표한 게 발단이 됐다.

삼성·LG 등 30대 그룹 임원들이 이런 합의를 했다. 전경련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의 절반 정도인데 임금이 달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지난해 한국의 대졸 초임은 연 2441만원으로 일본(2630만원)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대졸 초임이 2600만원이 넘는 기업은 7~28% 임금을 삭감하기로 했고 일본을 기준으로 삼았다. 전경련은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임금 자료를 활용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경제학 박사) 소장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 대졸 초임은 일본보다 낮고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전경련의 주장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전경련이 제시한 한국 기업의 대졸 초임은 총임금(기본급+각종 수당+고정 상여금)이고, 일본은 고정 상여금과 초과 근로수당이 제외된 정액 급여라고 한다. 비교 대상이 잘못됐고 이 때문에 한국 임금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같은 잣대(10인 이상 사업장의 정액 급여)를 적용하면 지난해 한국의 대졸 초임은 142만원, 일본은 223만원으로 일본이 월등히 높다”며 “임금 격차가 2007년 월 14만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81만원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경총 이광호 경제조사본부 책임전문위원은 “(우리가 전경련에 제공한 자료는) 한국은 총임금, 일본은 정액 급여를 비교한 게 맞다”며 “김 소장의 지적처럼 한·일 간 명목상의 임금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100인 이상, 일본은 10인 이상 사업장을 비교했다고 한다. 일본도 우리와 똑같이 임금을 100인 이상 사업장의 총임금으로 잡으면 지난해 대졸 초임이 3187만원으로 올라가 한국보다 746만원 많다는 게 이 전문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일본 산로소고(産勞總合)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했다. 전경련이 제시한 근거 자료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전문위원은 “김 소장의 분석 방법은 경제 규모와 실질구매력을 따지지 않고 단순히 금액만 비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물가를 고려한 구매력평가(PPP) 환율을 적용하면 한국의 대졸 초임은 2007년을 기준으로 3만1729달러로, 일본(2만4305달러)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 전문위원은 또 “일본의 1인당 GDP는 한국의 두 배다. 따라서 대졸 초임도 절반 정도가 돼야 논리상 맞다. 그러나 한국의 대졸 초임은 일본의 77%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임금이 경제 수준에 비해 높다는 얘기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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