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산다]해군준장 출신 권영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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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충북충주시소태면복탄2리는 요즘 주민들 사이에 '장군촌' 으로 불린다.

이곳에 낙향해 정착하려는 퇴역장성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1~2년뒤에는 이곳에 눌러사는 '별' 들의 수가 무려 12개에 이를 전망이다.

이같은 낙향 행진은 13년전 퇴역한 권영배 (權寧培.64.해군준장 예편) 씨의 터잡이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사11기 출신의 權씨는 84년5월 군수참모부장을 끝으로 예편하면서 평소 꿈꿔오던 전원생활을 이곳 복탄2리 산골에서 시작했다.

權씨의 원래 고향은 경기도파주군적성면. 그러나 어려서 떠난데다 군사분계선 부근인 탓에 제2의 고향을 찾아 '남하' 를 결심, 장호원의 한 부동산중개소 소개로 소태면복탄2리 (일명 인다락마을)에 둥지를 틀게 됐다.

당시 權씨의 재산은 1억2천만원짜리 서울 신림동집이 전부. 權씨는 이집을 팔아 6천만원은 1남2녀의 결혼비용으로 떼어놓고 이곳에 임야 1만평과 밭 2천평을 구입해 건평 36평짜리 아담한 단층집을 지었다.

이곳은 충주시내에서 30㎞정도 떨어져 있는 오지. 고개를 두개나 넘어야 하고 당시만 해도 도로 포장이 안된 그야말로 '깡촌' 이었음에도 權씨가 원한 것은 바로 이런 곳이었다.

농촌생활은 주택이 완성된 86년 봄부터 시작했다.

자녀를 모두 결혼시킨 뒤여서 權씨로선 다시 맞는 신혼생활이었다.

연금 덕택에 따로 생활비 걱정은 없었지만 50대초반 한창 나이의 그로서는 일거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87년부터 시작한 게 잣나무 심기. 일손이 모자라 직접 농사일에 나섰다.

밭에 단풍나무 묘목 1천5백그루를 심은 것은 91년. 그해 산에는 밤나무도 1천그루 더 심었다.

이들 나무는 묘목값이 싸고 수요도 있는데다 초보자라도 가꾸기가 품이 적게 든 탓이었다.

權씨는 요즘 농삿일에 한창 재미를 느낀다.

게다가 쏠쏠한 소득까지 올린다.

단풍나무의 경우 2천원에 사들인 직경 2㎝짜리 묘목이 4년뒤 직경 8㎝까지 자라면 한그루에 2만원을 받는다.

지난해 權씨는 단풍나무를 팔아 4백여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94년부터는 밤도 수확하게돼 절반이나 친지들에게 나눠주고도 2백여만원어치나 팔수 있었다.

면 행사 때마다 으례 초청되고 주례 신청도 제법 들어오는등 지역유지 대접을 받은지 오래다.

가까운 충주댐에서의 낚시도 빼놓을 수 없는 낙이다.

權씨의 시골생활이 동기.선후배 사이에 알려지면서 1~2년전부터 인다락은 주말이면 항상 이들로 붐빈다.

金상태 전 공군참모총장등 장성 3명은 이미 바로 옆에 터잡기 위해 공동으로 구입한 1만평에 살림집 건축을 추진중이며 이웃한 개천 건너편에 헌집을 구입해 주말마다 내려와 지내는 변영화 (64) 전 해병대 제2사단장도 99년이면 완전 낙향할 계획이라고 한다.

權씨는 낙향의 조건론으로 ▶부인의 전적인 동의 ▶연금등 생활안정수단 확보 ▶손에 흙묻히는 것을 싫어하지 말것 ▶자동차운전등 4가지를 강조한다.

"퇴역한뒤 이러저러한 자리에서 제의도 있었지만 평소 꿈꿔온 전원생활의 기회를 놓치고 말것 같아 일찌감치 낙향했다" 며 "집사람도 시골생활을 만족스러워하는등 남부러울 게 없다" 고 말했다.

충주 =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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