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시장 거취따라 흔들리는 市政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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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선장이 더 큰 배를 타기 위해 하선을 선언한 '조순 (趙淳) 민선 서울호' 가 방향을 잃고 요동치고 있다.

선장을 따라 함께 내릴 사람과 남을 사람이 곧 갈리게 될 상황에서 닥쳐오는 외부적인 충격에 키를 잃어 버린듯 아예 몸을 내맡긴 것처럼 보인다.

3일 서울시의회 별관 6층에서 열린 교통위원회는 이처럼 조정력을 잃은 서울시가 처한 형국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자리였다.

의원들이 모여 3시간째 간담회를 벌이고 있는 위원장실과 국장급등 공무원이 총 출동한 회의장 복도는 양쪽에서 피워대는 담배 연기로 가득찼다.

사퇴를 일주일 앞둔 조순 (趙淳) 시장이 10여개월 동안 야심차게 추진해온 버스개혁안이 과연 통과될수 있느냐의 중요한 자리였던 만큼 긴장감도 감돌았다.

그러나 결론은 일찍 나왔다.

공영버스등의 서울시 계획은 보류 또는 부결시킨다는데 의원들의 대체적인 의견 일치를 본 것이었다.

시 관계자는 "시장님의 출마에서 비롯된 시와 의회간의 관계 악화가 고질적인 버스 문제를 해결하려는 획기적인 개선안에 악영향을 줬다" 고 안타까워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시의회가 중립적 자세를 지키며 문제를 풀어가려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꺾는다" 고 했다.

시민을 위한 행정이 정치적인 일정이나 입장에 의해 표류된다면 시의회는 이에 대한 비난을 응당 받아야할 것이다.

또 시장 개인을 흠집내기 위한 정략적 차원에서 행정이 좌지우지된다는 것도 있을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중립적이고 정당한 행정이라도 이를 정확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해 설득할수 있는 채널을 잃어버린 상황이라면 효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시의회와의 채널을 맡아야할 시장은 당무를 겸하느라 시간을 쪼개야하고 정무부시장은 시장을 따라가야할지 자신의 거취에 대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때문에 시장 사퇴 발표 이후 서울시는 적대적인 대외 환경에 대해 적응력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용구장 설치및 뚝섬 돔구장 반대를 위해 여론 몰이를 해온 월드컵 조직위원회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질질 끌려 다니며 해명에 급급하거나 '백지화' 를 운운할 정도다.

이같은 난국이 계속되는 이상 아무리 시민을 위한 시정이라해도 중심과 방향을 잃고 표류할 것임은 분명하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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