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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열리는 페르낭 레제 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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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지난 6월부터 열리고 있는 페르낭 레제 (1881 - 1955) 전이 이달말로 다가온 퐁피두센터 휴관을 앞두고 갈수록 성황을 이루고있다.

레제는 피카소.브라크와 함께 큐비즘의 대가로 손꼽히는 작가.

그러나 동갑인 피카소의 명성에 눌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으나 기본적 취향과 자질에서 피카소와는 본래부터 많은 대조를 보였던 예술가였다.

이번 전시회는 시골 목축업자의 아들이던 레제가 파리 미술계에 입성한 1903년부터 임종 한달 전인 1955년 7월 상파울루 비엔날레의 대상을 수상하기까지 반세기에 걸친 그의 작품을 총망라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또한 레제의 브랜드 마크인 '기계인간' 이 작품세계에 등장하는 1차대전 이후에 큰 비중을 두었다는 점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나는 추상의 시기에 파리를 떠났다.

갑자기 모든 프랑스국민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의 새 동료들은 광부와 노동자, 목공과 철공들이었다.

전쟁은 이 세상의 어떤 미술관보다 나의 예술세계 발전에 큰 스승이 되었다.

" 레제 자신이 회고록에서 밝혔듯 그는 타고난 좌파적 예술가였다.

파리의 지적 분위기 속에서 학자, 예술인들과 형이상학적 토론이나 벌여가며 유유자적하게 살아온 레제에게 1차대전의 경험은 세계관에 일대전기를 가져 올 만큼 충격을 주었다.

이때부터 그의 작품에는 감정이라곤 전혀 없는 로봇인간과 팔과 몸뚱이가 기하학적 덩이를 이루거나 단편과 조각으로 해체된 추상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그림들에 대해 최근까지 인간을 기계로 만드는 산업사회에 대한 풍자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실제로는 전쟁의 유산이었음을 이번 전시를 통해 확인되었다.

전쟁앞에서 인간이란 일격에 원이나 네모로 해체될 사지의 조립품일 뿐이며 로봇에나 비유될 우화적 존재에 불과한 것이란 해석이다.

지난 74년 개관한 퐁피두센터는 프랑스 최초의 종합문화공간으로 유럽문화의 산실역을 담당해왔다.

세번째 천년을 앞두고 새 단장을 위해 이달 30일부터 휴관에 들어가 2001년 1월1일 0시에 재개관될 예정이다.

최성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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