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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최연소 항일’기념사업 빈말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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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최연소 항일 애국지사’로 인정받은 주재연(1929~1944·사진)열사의 기념사업이 3년째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1일 주 열사의 후손들에 따르면 전남도와 여수시는 2006년 주재연 열사가 소년 애국지사로 주목 받자 기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남 여수시 돌산읍 작금마을서 태어난 주 열사는 2006년 8월 국가보훈처로부터 항일 독립운동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주 열사는 14세이던 1943년 ‘일본이 곧 패망할 것이다’란 말을 퍼뜨리다 투옥돼 4개월 옥살이 끝에 출소했으나 한달 후 고문후유증으로 숨졌다.

주 열사의 행적은 주민들 사이서 입으로만 전해지다 후손들이 재판기록을 찾아 내면서 공론화됐고, 훈장 수여로 이어졌다.

보훈처는 “항일 독립운동과 관련해 어린이의 실형기록은 알려진 게 없다. 일제 강점기 최연소자에 의한 항일운동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전남도와 여수시는 주 열사의 항일운동이 조명을 받자 생가복원과 기념관 건립 등으로 공적을 기리겠다고 발표했다. 전남도 측은 당시 “유관순 열사의 기념행사 이상으로 큰 사업을 준비하겠다”며 “2009년 3·1절 90주년 기념식은 작금마을 생가터에서 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아직까지 기념사업으로 진행된 게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주 열사의 조카인 주춘배(72)씨는 “일제 강점기에 소년이 혈서를 쓰고 희생했는데 고향인 여수시에서조차 제대로 대접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여수시가 사업에 적극성이 없어 손을 놓고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지역출신 독립유공자에 대한 기념사업이 전례가 없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여수시의 정모 복지행정 담당은 “다른 독립유공자와의 형평성을 따져보고 있다”며 “조만간 현장조사를 통해 사업착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주민 박채현(82)씨는 “주 열사에 대한 기념사업을 공언했던 전임 시장이 물러가고 새 시장이 들어오면서 관련사업조차 표류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일제의 법원 판결문에는 주 열사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의 농사를 도우면서 마을 담 큰 돌에 ‘조선일본별국(朝鮮日本別國·조선과 일본은 딴 나라)’ ‘일본녹도패망(日本鹿島敗亡·일본 놈 패망)’ ‘조선만세(朝鮮萬歲)’ 등의 문구를 직접 새겼다고 기록돼 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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