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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우편 인프라] 고달픈 집배원의 하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우편가방에 2천5백여통의 편지.소포를 넣으면 40㎏이 넘습니다.

마라톤 코스인 40여㎞를 매일 달리는데 무엇보다 힘든 것은 우편물 투입구가 너무 작아 잡지등 간행물을 구겨 넣는 일입니다. "

서울서초동 서초우체국 집배원 정의기 (鄭義基.38) 씨. 우편배달 16년동안 구두.운동화만 1백여켤레가 달아 없어졌다는 그야말로 발로 뛰는 사람이다.

鄭씨의 출근 시간은 오전8시. 옷을 갈아입고 우편물 분류작업실로 향한다.

작업실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하루평균 37만6천여통의 우편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연말연시와 선거기간에는 하루 50만통까지 우편물이 폭주한다.

서초우체국은 26개동 12만5천여가구에 1백56명의 집배원이 배달을 맡고 있는데 구역별로 우편번호와 주소를 대조해가며 분류해야 한다.

분류작업이 만만치 않다.

우편번호가 제 위치에 적혀있지 않거나 아예 안쓴 것은 일일이 주소를 확인, 우편함에 넣어야 한다.

鄭씨는 10분간 담배 한개비 피우고는 꼬박 4시간을 분류작업으로 보냈다.

낮12시40분. 점심식사를 끝낸 鄭씨는 가방을 들쳐메고 방배4동 1천2백가구로 가기 위해 오토바이에 시동을 건다.

명절에는 덩치 큰 소포가 많아 가방무게가 어른 몸무게인 60㎏을 넘기도 한다.

배달하는 우편물은 하루평균 2천7백여통. 일본의 1인당 1천9백통보다 40%가 많은 수준이다.

배달을 끝내고 서초우체국에 돌아온 시간은 오후5시. 잠깐 땀을 식히고 나니 반송우편 처리 업무가 남아 있다.

수취인 불명과 미확인 주소가 대부분인 반송물은 한사람당 2백~3백여통으로 배달물의 10%를 차지한다.

鄭씨의 가장 큰 애로점은 열심히 일하는데도 수취인들이 청접장이나 입사서류등이 늦게 도착해 항의할 때다.

국민의 발이라는 생각에서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지만 우편배달 시스템이 낙후된 탓에 열심히 하고도 욕을 먹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송물을 처리하면 오후7시가 넘고 다시 다음날 우편물을 정리해야 다음날 하루가 편하다.

퇴근시간은 자연 오후8~9시를 넘는다.

김태진.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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