兩家갈등이 혼사 막아 …결혼후 생활방식·혼수등 신부측 발언권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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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샀던 톱스타 채시라.신성우 커플이 파혼했다.

파혼이유는 '양가부모간의 불화' 로 알려졌다.

불화의 진원지는 채시라의 결혼이후 연예활동을 둘러싼 양가부모의 견해차라는 게 일반적 관측. 결혼을 앞둔 커플은 사랑만으로 모든 어려움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막상 닥치면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혼수.결혼후 생활방식등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양가간의 불화다.

특히 고전적인 갈등요인인 혼수 이외에 최근들어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그에 따른 위상도 높아지면서 새로운 갈등이 등장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올 가을 결혼이 불투명해진 김모 (32.광고회사근무) 씨와 손모 (26.여.대학원생) 씨의 경우는 신부의 학업계속을 둘러싸고 빚어진 양가갈등이 원인. 지방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신랑측과 아버지가 대학교수인 신부측이 본격적인 결혼준비에 돌입하면서 불거져 나온 것이 신부의 학업문제. 지난달 손씨가 "박사과정에 들어가 공부를 계속 하겠다" 고 하자 김씨 집안에서 "여자가 무슨 공부를 박사까지 하느냐" 며 난색을 표했고 이를 알게된 손씨집에서는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아이의 앞날을 막는다" 며 감정이 악화됐다.

그러던 중 김씨 부모가 손씨에게 "공부는 허락하되 등록금은 너희 집에서 대주는 것으로 하자" 고 했고 이에 손씨부모는 "돈문제가 아니라 속보이는 이런 주장을 하는 집안에 딸을 보내 고생시키고 싶지도 않고 사돈의 연을 맺고 싶은 마음도 없다" 며 '결혼절대불가' 의 입장으로 돌아섰다.

현재 이 커플이 양가부모를 설득하고는 있지만 올 가을 결혼은 어려울 전망이다.

또 결혼식을 치룰 장소나 신혼집을 처가 혹은 시가 근처중 어디로 하느냐도 갈등을 빚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11월초로 결혼하고 유학을 떠나기로 예정돼 있지만 어디서 결혼을 할 지 정하지 못한 박모 (29) 씨. 박씨의 고향은 대구이지만 신부측은 서울. 박씨의 부모는 "나이든 어른들이 다 대구에 계시는데 어떻게 서울까지 가느냐. 그리고 남자쪽에서 결혼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 는 주장을 펴는데 반해 신부측은 "결혼 당사자들이 모두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어 모든 걸 양보하고 결혼식만은 서울에서 하자고 부탁했다" 며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정작 당사자인 박씨 커플은 '행여 이 일로 양가의 감정이나 상하지 않을까' 싶어 가운데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민에 쌓여있다.

직장여성인 김모 (26) 씨는 11월로 결혼식 날짜를 잡아 놓았지만 아직도 보금자리를 결정하질 못했다.

결혼후에도 직장생활을 계속하기로 신랑측과 합의한 그는 가사조력을 받을 수 있는 친정 근처에 집을 얻길 원했지만 신랑측은 이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 이화여대 이동원 (李東瑗.사회학과) 교수는 "가부장적 가치관을 따라 결혼을 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 남녀집안이 대등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다 경제적인 지위에 따라 발언권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요즘 결혼의 현실" 이라고 진단한다.

또 李교수는 "결혼을 앞둔 양가부모의 불화가 생길 때는 양가부모가 만나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사랑이라는 고리로 묶여 있는 결혼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조정하고 부모를 이해시켜야 하는데 당사자들의 주체성이 없는 경우 어려워진다" 며 "시간이 걸리더라로 커플의 의지가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 이라고 일러준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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