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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피해 어떻게 구제 받나] '분쟁조정제' 이용하면 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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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김포공항 부근 주택가 상공의 비행기. 인근 주민들은 3년간의 소송 끝에 1인당 20만~170만원의 손해배상을 받았다. 환경피해를 구제받으려면 소송을 하거나 환경분쟁조정위원회나 환경단체의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중앙포토]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중앙일보와 시민환경연구소의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캠페인에서 나타난 것처럼 건강과 재산상의 피해가 많아진 것이다. 이 경우 누구의 도움을 받아 구제나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와 관련된 소송은 많지 않다. 지금의 국내여건에서 환경오염 피해를 해결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 이 지역 단독주택 주민 33명은 인근에 고층아파트 공사가 시작되자 일조.조망권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초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1년 간의 소송 끝에 지난 2월 주민들은 건축업자로부터 가구당 800만~1200만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변호사 보수, 일조권 침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측정 등 전체 소송비용은 1000만원 정도 들었다.

소송을 담당했던 서우법률사무소 이승태 변호사는 "건축법에 맞게 건물을 지어도 일조권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건축업자와 피해자 간에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건축법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비교적 쉽게 결론이 난 편이다.

김포공항 주변 주민 115명은 비행기 소음으로 피해를 보았다며 국가와 공항공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3년을 끌어야 했다. 결국 2002년 1인당 20만~170만원의 손해배상을 받아냈다.

1996년 인천 남동구 주민들이 인근 유리섬유 생산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업체가 지하수를 오염시켰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고, 그 피해가 일반인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지 증명하는 데 3년이 걸렸다. 그 결과 받은 배상금은 1인당 100만~300만원이었다.

이처럼 환경 피해는 사회적 약자가 받는 경우가 많아 소송에 드는 변호사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또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혀내기 어려운 경우 시간도 많이 걸린다.

공익환경법률센터 여영학 소장(변호사)은 "인과관계 규명과 피해입증 과정이 어려운데도 환경피해로 인한 위자료 액수는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환경분쟁조정 제도다.

현재 전국 각 시.도별로 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또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배상신청금액이 1억원을 넘거나 지자체나 국가를 상대로 한 환경소송을 처리한다.

지자체에서는 액수가 적거나 개인대 개인, 개인대 기업 등의 환경분쟁을 처리한다.

중앙분쟁조정위 최병락 서기관은 "분쟁신청을 위해 방문하는 경우는 하루 2~3건, 전화상담은 10건 정도"라고 말한다.

분쟁조정위에 피해 사실을 입증한 재정 신청서를 접수하면 사실조사, 전문가 현장조사, 위원회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재정문을 송달한다. 여기에는 대개 7~8개월 정도 걸린다.

중앙분쟁조정위는 91년 7월 설치된 후 지난달 말까지 총 1412건을 접수해 1122건의 환경분쟁을 처리했다. 처리한 것 중 소음.진동 분쟁이 964건(86%)으로 가장 많다. 대부분 아파트 신축이나 도로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먼지 등이다. 철도소음.정화조 악취.대기오염으로 인한 양봉 피해 등도 있다.

중앙분쟁조정위 관계자는 "조정위 결정에 불복, 소송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법원에서도 전문성을 가진 분쟁조정위의 의견이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한다.

환경단체의 법률서비스를 통해서도 개인의 환경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공익환경법률센터에는 세 명의 상근 변호사와 100여명의 자문위원이 있다.

지난 8일에도 법률센터 박태현 부소장(변호사) 등은 시민환경연구소 역학조사팀과 함께 이타이이타이병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경남 고성으로 조사를 다녀왔다.

박 부소장은 "지역 주민들의 증세가 이타이이타이병이 아니더라도 병을 앓고 있다면 카드뮴 배출과 관련해 광산업자나 광산 폐쇄 이후의 관리책임이 있는 국가 등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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