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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도 자격증?…경찰공제회 발급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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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직 경찰관이 회원인 사단법인 경찰공제회(이사장 임상호)가 법적 근거도 없이 대리운전자 자격증을 발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공제회는 지난해 말 산하에 생활안전교육원을 설립해 지난 3월 교육과 함께 시험을 실시, 250명에게 대리운전 자격증을 발급했다. 이 과정에서 공제회는 교육비.교재비 명목으로 응시자들로부터 1인당 4만원을 받았다. 공제회는 오는 9월에는 온라인 시험제도를 도입해 1인당 2만3000원의 응시료를 받고 3000명에게 자격증을 줄 계획이다.

경찰공제회는 지난해 말 사단법인 한국민간자격협회로부터 인증 자격 관리기관으로 지정받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보험.무면허 대리운전자가 아무런 제재 없이 핸들을 잡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일정한 자격을 갖춘 대리운전자에게 자격증을 주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함에 따라 자격시험을 실시했다는 설명이다. 대리운전업 단체들이 법인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이 단체들이 자격시험을 주관할 능력도 없어 경찰공제회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공제회가 경찰청 산하 단체임을 내세워 15만명으로 추산되는 대리운전자들을 상대로 자격증 발급기관의 자리를 선점할 의도로 시작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제회는 관련 홈페이지에 "지난해 10월 경찰청으로부터 대리운전자 자격증 발급기관으로 인증받았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청은 16일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대리운전 단체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경찰공제회가 시험 주관기관이 될 가능성이 커 운전자들이 응시하도록 독려하는 등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경찰공제회는 공제회가 발행한 교재를 구입한 사람에게만 온라인 시험 응시자격을 줄 방침이어서 지나치게 잇속을 챙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여 이 번호를 기입하지 않으면 응시할 수 없도록 할 계획이다.

게다가 교재에 나온 예상문제의 상당 부분이 대리운전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이다. 일례로 '고용 불안정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투잡(two-job)으로 일할 수 있는 업종은? ①군인②노동부 소속 공무원③노무사④대리운전자(정답④)'등이다.

대리운전 자격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택시업체의 반발도 만만찮다. 서울시 택시운송사업조합 정종채 교육부장은 "경찰공제회가 지나치게 영리에 집착하는 것은 설립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청 교통관리관실은 지난 3월 경찰공제회에 공문을 보내 "법제화가 안된 상황에서 대리운전자 교육을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공제회의 회원은 현직 경찰관과 경찰서에 근무하는 일반직.기능직 등 모두 8만7800여명이며 자산은 7500억원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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