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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못참는 젊은세대 전문클리닉 성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난달 28일 서울 B병원 산부인과. 이 병원에서 첫딸을 낳은 산모 金모 (28.서울강북구수유동) 씨가 "진통을 시작한지 1시간쯤 후부터 분만촉진제를 놓아달라고 통사정했으나 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느냐" 며 간호사와 입씨름을 벌였다.

간호사가 "자궁이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분만촉진제를 주사하면 자연분만이 어려워지고 산모와 아기가 잘못될 위험이 있어 기다린 것" 이라고 해명했으나 金씨는 좀처럼 분이 풀리지 않는 눈치다.

디스크 환자 鄭모 (32.서울강남구대치동) 씨는 최근 서울 Y병원을 찾았다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레이저 수술' 을 주로 하는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김영수 (金榮水) 교수는 "디스크환자가 레이저 수술을 받을 경우 실패율이 50% 이상이라고 조언해도 단지 통증이 작다는 이유로 레이저 수술만 고집하는 환자가 많다" 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통증을 못참거나 무서워하는 현상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병.의원과 약국등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의 '통증 기피현상' 은 심각할 정도다.

이에 따라 통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통증클리닉이 최근 붐을 이뤄 전국적으로 50여곳이나 생겼다.

마취과전문의인 서울 모 통증클리닉 정인석 (鄭寅碩) 원장은 "5년전만 해도 장.노년층 환자가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은 30대 이하 환자가 40% 정도" 라고 말했다.

또 해열.진통.소염제의 연간 생산액도 81년 5백75억원에서 지난해 5천3백77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경기도성남시 S약국 약사 박납순 (朴納順) 씨는 "가벼운 통증에 진통제를 남용하면 복통.출혈성 궤양이 생기는등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도 약으로만 해결하려는 젊은이들이 적지않다" 며 안타까워했다.

이같은 통증기피증은 의료기기 사용에도 영향을 미쳐 서울 우리한의원 김수범 (金樹凡) 원장은 "환자들이 굵고 긴 침에 극도의 공포심을 보여 요즘엔 가늘고 짧은 침만 사용한다" 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종철 (李鍾徹) 교수도 "일반 위내시경검사보다 미리 신경안정제를 주사, 고통이 작은 가 (假) 수면상태로 검사하는 수면내시경검사를 선호하는 환자들이 많다.

약을 과다사용하면 호흡정지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나 환자들은 부작용보다 고통을 더 두려워한다" 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 주로 착용하는 콘택트렌즈 역시 눈에 이물감이 덜한 연성렌즈가 인기다.

콘택트렌즈 제조업체인 베스콘연구소의 이운구 (李運求) 부사장은 "10년전에는 경성렌즈와 연성렌즈의 비율이 8대2였으나 최근 3년사이 2대8로 역전됐다" 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스트레스에 의한 통증이 늘기는 했지만 젊은이들의 통증기피현상은 어린 시절 부모들의 지나친 과보호가 원인" 이라고 지적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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