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도 미분양주택 사면 양도세 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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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해외 교포들이 국내 미분양주택을 사면 세제 혜택을 받게 된다.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해외 교포 전용펀드도 만들어진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은 26일 이 같은 내용의 외화 유동성 확충 방안을 공동 발표했다. 관련법 개정안은 4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교포들이 내년 2월까지 국내 미분양주택을 살 경우 5년간 양도소득세를 면제(수도권 과밀억제구역은 60% 감면)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내국인에 대해서만 이 같은 혜택을 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대상을 해외 교포까지 확대한 것이다. 또 해외 교포 전용펀드를 신설하고 펀드 배당금에 대한 소득세율을 20%에서 5%로 낮춰 주기로 했다.

외국인투자자에겐 국채와 통안채의 이자에 대한 소득세(10~14%)는 물론, 만기 전에 채권을 팔아 얻은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비과세한다. 국내 은행들이 외화예금 유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1만 달러가 넘는 돈을 국내로 송금할 때 국세청에 통보해야 하는 규정도 없애기로 했다. 이 밖에 서비스 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과 의료 부문의 규제를 조기에 풀 방침이다.

이 같은 대책은 안에 있는 달러를 붙잡고, 밖에 있는 달러를 끌어오기 위한 ‘당근’이다. 특히 외국인들의 채권 투자에 대한 혜택이 그렇다.

그러나 이날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1.5원 떨어져 달러당 1517.5원을 기록했다. 11년 전 외환위기 당시 최저치였던 1521원(1998년 3월 13일)에 바짝 다가섰다.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을 다소 높여 준다고 해서 동유럽 위기 등으로 ‘제 코가 석 자’인 외국인들을 붙잡기엔 역부족이라고 시장은 평가한 셈이다.

시빗거리도 있다. 그중 하나가 역차별 문제다. 국내 거주자는 이자소득에 대해 15.4%(주민세 포함)의 세금을 원천징수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검은 머리 외국인(외국인을 가장해 국내에 투자하는 내국인)’이 세금 회피용으로 악용할 소지도 있다.

채권 값이 갑자기 크게 출렁거릴 위험도 있다. 채권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은 증시보다 훨씬 쉽게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시장이 열리면 자금을 넓게 쓸 수 있지만 그 대가로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번 대책으로 당장 달러가 쏟아져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일제히 국채를 발행할 것이므로,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한 제도를 미리 고쳐놓겠다는 것이다.

이상렬·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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