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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출발 비디오여행' 시네마자키 개그맨 전창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일요일 오후를 느긋하게 집에서 TV를 보며 쉴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영화마니아가 아니더라도 흥미진진한 프로그램 하나와 만나게 된다.

바로 MBC '출발!

비디오여행' (연출 김태욱.일 낮12시10분) 이다.

93년초 '비디오 산책' 으로 시작해 95년말부터 지금의 새문패로 바꾸기까지 꽤나 오랜세월을 '비디오 (영화)' 하나에 천착한 장인정신이 빛나는 프로그램이다.

95년 개편때부터 지금껏 '영화 대 영화' 코너에서 시네마 자키 (자칭 영화비교학자) 로 행세해 온 전창걸 (31) 은 코너의 흥미를 넘어 프로그램전체의 흡인력을 배가시키는 자석같은 매력을 지닌 개그맨이다.

매주 두편의 영화를 선정해 비교영화학적인 날카롭고 재치있는 분석을 쏟아내는 것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도박영화의 대표작으로 저우룬파 (周潤發) 의 '정전자' 와 저우싱치 (周星馳) 의 '도성' 을 맞붙인다.

올리비아 허시의 70년대 '로미오와 줄리엣' 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최근판을 비교의 대상으로 도마에 올린다.

알콜중독을 이야기 할때는 '리빙 라스베이거스' 의 니컬러스 케이지와 '남자가 사랑할때' 의 맥 라이언을 등장시킨다.

비교분석학적 의미가 큰 두영화를 골라내는 솜씨도 일품이거니와 화면을 보면서 그가 내던지는 재치있는 한마디한마디는 적재적소에서 웃음에서 시작해 폭소로 이어진다.

그를 보고 있자면 누구나 "저사람 꽤나 싱겁겠구먼…" 하는 말이 튀어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현실속 그에게서 가벼움을 찾는다면 오산이다.

매년 한편의 연극을 계속하고 영화 시나리오 (5.18진압군 소재) 를 준비중이며 틈만 나면 글쓰기에 몰입하는 진중한 남자가 그의 본모습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때 서울영등포 한 극장의 영사실을 집 드나들듯 했던 '할리우드 키드' 가 바로 그이기도 했다.

'시네마 천국' 의 토토처럼. 그때부터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대학 (서울예전 연극과) 때도 연기 자체에 열정을 쏟았다.

92년 SBS개그맨 특채를 통한 방송 데뷔는 '호흡이 긴 진짜 연기가 무엇인지' 를 생각케 해줬다고 한다.

"전창걸은 반드시 웃긴다는 팬들의 인식이 나를 울타리에 가둘까 걱정됩니다.

개그를 넘어 진짜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는 그는 9월9일부터 매일밤 9시 부산방송 FM (99.9㎒)에서 DJ로도 변신한다.

글 = 장세정.사진 =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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