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요리]홍성철씨의 LA갈비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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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머니, 언제 계란 고명까지 준비하셨어요?" "얘는, 그래야 사진이 곱게 나오지. "

갈비찜을 보기좋게 접시에 담고 있는 칠순 노모 곁에서 불혹이 넘은 아들이 괜스레 이것저것 묻는다.

기자와 약속을 했지만 휴일이 아니었던 까닭에 본의 아니게 어머니 (李順九.71.서울서초구방배동삼익아파트) 께 음식준비를 모두 맡겨버려 죄송하기만 한 홍성철 (洪性哲.44.㈜베스트홈 업무이사) 씨. "제가 직접 요리를 만들어보니까 어머니의 음식 속에 얼마나 깊은 뜻이 있었는지 알겠더군요. 누가 먹느냐에 따라 메뉴는 물론 재료와 크기등 신경쓰시는 게 한두가지가 아녜요. 이 LA갈비만 해도 보통 구워서만 먹쟎아요. 그런데 금방 딱딱해지는 걸 보고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위해 찜으로 해보신거예요.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먹기도 좋아 영양보충에 좋겠다고 생각하신 거죠. " 洪씨가 어머니의 음식솜씨 전수에 나선 것은 지난해 초부터. 사실 여느 한국 남자처럼 어렸을 땐 부엌에만 들어가도 '사내녀석이 고추 떨어진다' 고 혼나던 그였다.

그래서 맞벌이를 하면서도 결혼 초엔 이따금 설거지를 도와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교육비등 가계부담이 커져 가사보조원을 더이상 쓸 수 없게 된데다 마침 그의 업무도 요리관련회사의 업무로 바뀌어서 자연스럽게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동양매직㈜에서 요리교실과 잡지출판팀이 분리돼 ㈜베스트홈으로 독립된 것. 洪씨는 아예 일요일마다 식사 담당을 자청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어머니께 배움을 청했다.

"일요일마다 요리 한가지씩은 차려주니까 아내는 '정말 고맙다' 며 다른 건 부탁할 생각도 안하더군요."

洪씨가 직접 요리를 하면서 얻은 건 그 뿐이 아니다.

'바쁜데 서로 도와야지' 하고 아들의 요리교습신청을 흔쾌히 받아들이신 그의 어머니는 아들과 대화거리가 늘어나 은근히 기쁘신 눈치다.

아이들과도 마찬가지. 일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잦은 아내대신 洪씨가 도시락을 싸주면서 반찬을 주제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이다.

그렇게 요리를 시작한지 1년반만에 이제 洪씨는 반 전문가가 됐다.

최근엔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시험에 응시,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만들어본 적이 없는 화전이 시험에 나와 당황했다고. "그래도 50여년 경험에서 우러나는 어머니의 손맛은 참 흉내내기 힘들어요. 이 갈비찜도 어머니께서 만드시는 걸 제가 정확히 계량해 만들어 보았지만 늘 맛이 덜한 것 같아요. " 아들의 어머니 자랑은 끝이 없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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