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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버 파트너를 찾는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얼마전 30대의 한 남성이 진료실을 방문하였다.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온 이 남성이 털어놓은 고민거리는 흥미럽게도 부인과의 관계에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럴수도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었지만, 번번히 사정을 하지 못하고 관계를 끝내게 되니 아내에게 계속 미안하기도 하고 점점 관계를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인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던 중 이 남성이 결혼하기 전부터 혼자서 자위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위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이 사정할 수 있는데, 아내와는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 본인도 매우 의아해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남성은 자위행위를 할 때 반드시 인터넷을 통해 다운받은 음란물, 이른바 ‘야동’을 본다고 이야기 했다. 이에 대해 좀더 자세히 물어보니 그는 1주일에 2회이상 자위행위를 하고 있으며 그때마다 새로운 야동을 다운받아 본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자주 다운을 받아 야동을 보는지 물어보니 조금 오래된 야동은 별로 자극강도가 약해서 반드시 자신이 보지 못했거나 음란정도의 수위가 이전보다 더 높은 야동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남성은 새로운 파트너를 싸이버 세상을 돌아다니는 인터넷 야동 중독자였던 것이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인터넷을 뒤져 음란물을 다운받고있는 자신의 모습이 가끔은 너무나 부끄럽지만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고 했다.

얼마전 막대한 양의 음란 동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퍼트렸던 ‘김본좌’라는 유포자가 구속되어 세간의 화제가 된적이 있다. 그는 경찰수사에서 "본좌 가라사대, 너희들 중 컴퓨터에 야동(야한 동영상) 한 편 없는 자만 내게 돌을 던지라."는 내용을 진술서에 써넣어 화제거리가 되기도 했다.

요즈음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이는 생활자체가 불가능한 시대이고,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야동을 구해볼 수 있는 좋은(?) 시대가 아닐 수 없다. 정보의 홍수가 넘쳐나면서 인터넷을 통해 극단적으로 성의 가치관이 왜곡된 야동이 무차별적으로 침투해오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싸이버 세상에서 더 강한 자극을 찾다보니 실제 성생활이 불가능해지는 이른바 ‘야동중독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어린 학생의 핸드폰까지 무차별적으로 날아드는 음란 스팸문자,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날아오는 야한 스팸메일과 야동이 성적인 가치관을 흔들어 놓는 무서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김본좌’라는 인물이 작년 7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었다고 한다. 2년 전 영장이 기각되면서 불구속 상태에서 일절 행적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재판을 받았기 때문에 그가 구속될 당시와는 달리 재판결과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 죄질에 비해 집행유예 선고는 너무 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고 한다. 김본좌뿐 아니라 일반 음란물 사범도 대부분 처벌이 가볍다. 정보통신망법의 음란물 유포 법정형량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법원의 선고 형량도 너무 낮다. 작년 음란물 유포로 기소된 사람 497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5명밖에 안 된다니 이역시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앞으로 인터넷에 야동은 더욱 늘어날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의 피해자들 역시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로 진료실을 찾는 사람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러니까 야동을 보지 마세요’ 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현실이 나를 점점 답답하게 한다.

비뇨기과 전문의 최민규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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