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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투기 "큰코 다친다" …외지인 사들인땅 추적 강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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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해 4월 경기도 광주군 광주읍 송정리의 밭 4백50평을 매입한 崔모 (서울 대치동) 씨는 광주군으로부터 내년 7월27일까지 이 땅을 처분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崔씨가 산 땅은 지목상 밭이지만 그동안 묶혀두어 산이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잡나무가 우거져 개간하지 않고선 농사짓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물론 崔씨도 경작목적으로 농지취득허가증을 받아냈지만 농사지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당시 그 땅을 소개했던 부동산업소도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농지일수록 좋다고 권해 애시당초 그런 땅을 골라 매입했던 것.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문학리의 밭 1천8백평을 지난해 3월 매입한 金모 (서울 독산동) 씨 사정도 마찬가지. 金씨는 외지인의 농지취득이 쉬워지자 투자목적으로 땅값이 많이 오를 소지가 있는 준농림지를 사들였다.

매입당시 직접 경작을 하지 않으면 취득목적 위반으로 행정기관으로부터 강제처분 명령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가 법대로 시행한 게 제대로 없고 시골땅까지 농사여부를 일일이 조사할 수 없을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되면 동네사람에게 그냥 농사를 지으라고 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외지인들은 대부분 이런 생각에서 지방의 준농림지를 사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중에 은퇴하거나 주말농장격으로 직접 활용하기 위해 매입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개 앞으로 땅값 상승을 노린 가수요들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일단 땅을 사놓기만 하면 값이 대폭 올라 떼돈을 벌 수 있다는 부동산중개업소들의 부추김도 가수요를 불러들이는데 한몫했다.

실제 수도권이나 강원도등 개발여지가 많은 지역의 땅은 몇년새 엄청나게 올랐다.

그러나 정부의 농지사후 관리 강도는 당초 생각과는 딴판이었다.

농림부는 매년 농지이용 실태를 조사하고 특히 외지인이 매입한 땅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경작여부를 따지기 때문에 투자목적으로 사들인 경우는 모두 강제매각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령 이번 조사는 적당히 넘겼다 하더라도 매년 농사여부를 철저히 체크하게 돼 있어 아예 팔아버리는 것이 속편할지 모른다.

지난해 1월1일 이후 취득한 농지는 원칙상 직접 경작하도록 돼 있지만 1년중 30일이상 농사일을 하거나 주요 농작물의 3분의 1이상을 자기 또는 세대원의 노동력으로 경작한 경우 일부를 남에게 맡기는 위탁경영을 할 수 있다.

말이 위탁영농이지 아무 연고없는 외지의 땅을 동네사람에게 맡긴다는게 쉽지 않다.

더욱이 동네사람들의 이목이 있어 적어도 주말마다 내려가 직접 농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매년 시행되는 당국의 농지실태 조사를 피해갈 수 없는 실정이다.

이번엔 지난해 거래된 농지 가운데 주로 4~5월 농사철이 시작되기전에 매입한 땅에 대해서만 경작여부를 따졌지만 내년부터 지난해 취득한 농지는 모두 조사대상이어서 실수요자가 아닌 경우 대부분 강제처분명령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일부 위탁경영은 가능하지만 전부 임대를 주거나 아예 무료로 사용케 하는 경우와 그대로 놀리는 휴경농지는 강제매각 대상에 포함된다.

결국 실수요자가 아니면 외지의 농지를 매입할 경우 도리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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