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생들은 왜 뚜렷한 목표의식도 없이 방학을 허비하는 것일까. 대학생들이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개척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태와 그 원인을 살펴보고 독창성을 중시하는 영국의 경우를 알아본다.
"지난 6월에는 대학생이 되어 처음 맞는 방학을 무척 기대했어요. 그런데 막상 방학이 되니까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 고민하느라 더 피곤했어요. 그래서 6월말 고향인 경남 진주의 집에 갔지요. 그러나 하루동안 친구들 만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에서 늦잠자고 TV보니까 부모 '눈치' 가 보이고 심심해 1주일만에 쫓기듯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서울생활도 마찬가지였어요. 별로 할 일이 없더군요. 결국 도서관에서 영어단어와 씨름하기로 했지요. " 한양대생인 徐모 (19.전자전자통신전파공학군1) 씨는 "입시준비에 시달렸던 지난해 고3 여름방학 때는 대학에 입학하면 방학에 여행도 가고 전공관련 실험도 하면서 재미있게 보낼 줄 알았는데 결국 고교생 때나 거의 마찬가지" 라며 씁쓸해 했다.
이같이 방학을 맞아 정작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뚜렷한 목적의식없이 귀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대학생이 의외로 많다.
서강대 최해림 (崔海林) 상담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학생들은 고교때 자유롭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로를 정해 대학에 입학, 대학생활을 충실히 보낸다.
반면 우리 학생들은 이런 과정을 대학으로 유보, 대학생이 되어도 의식은 중2.3년 수준에 불과해 자율적으로 행동하기 어렵다" 고 분석했다.
한양대 학생상담소 金모 (28) 상담원은 "올들어 인성.적성검사를 받지만 자신의 적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며 걱정스러워했다.
이화여대 장용숙 (張用淑) 학생과장은 "분명한 목표를 정해 생활하는 학생보다 맹목적으로 고시.취직공부에 매달리거나 겨우 인생 방향을 잡아도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방황하는 학생이 많다" 며 "특히 학부제 도입 이후 대학1학년은 좋은 학과에 진입하기 위해 '고4병' 을 앓고 있다" 고 말했다.
관동대생 金모 (27.여.영문4) 씨는 "졸업하면 영어교사가 되고 싶은데 무엇을 준비해야할 지 몰라 토익공부를 하고 있다.
토익이 교사가 되는데 도움이 될것 같지는 않지만 남들이 하니까 불안한 마음에 그저 따라한다" 고 털어놓았다.
"특별한 대안이 없어 할 수 없이 부모의 권유대로 올 여름방학부터 공인회계사 준비를 시작했다" 는 서울대생 朴모 (21.경제2) 씨의 말처럼 서울대에서는 학과.학년에 관계없이 고시준비하는 학생이 크게 늘어 서울법대 최대권 (崔大權) 교수는 "서울대는 고시학원이 되고 있다" 고 우려했다.
이러다 보니 학생들의 창의적인 학문활동도 크게 위축됐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등 대부분 대학의 동아리 가입 학생수가 줄고 있다.
대학학보사가 주최하는 논문상.학술상 응모편수도 급감, 이화여대의 경우 자유주제 논문응모편수가 지난해 15편에서 올해는 5편으로 줄었다.
서울대생 韓모 (22.독문3) 씨는 "학과 학회활동에 참여하는 1.2학년생은 거의 없다" 며 "일상생활에서도 삶.학문에 대해 토론하는 분위기가 식었고 학생연수회 (MT) 를 가도 주로 영화얘기등 시덥지않은 얘기만 오간다" 고 밝혔다.
예비대학생들도 선배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방황하는 대학방학 문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洪모 (17.서울S고2) 군은 "방학때 자전거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학교 자율학습 때문에 엄두도 못냈다.
부모님도 대학에 가면 마음껏 놀라며 말렸다.
대학 때는 실컷 놀겠다" 고 별렀다.
교육부 고등교육실 장오현 (張五鉉.동국대 교수) 실장은 "우리 대학생들은 고교에서 타율적인 생활을 강요받고 암기위주의 시험공부에 시달려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지 못한데다 고교 생활에서 꽉 막혔던 사춘기의 욕구를 대학에서 분출하기 때문" 이라며 "대학입시의 다양화로 학생의 자율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해결책" 이라고 강조했다.
고정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