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편향 교과서, 사실보다 사관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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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현대사 교과서를 역사학자들만이 쓰는 게 오히려 문제다. 현대사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살아 있는 역사’다. 정치·경제· 문화사 등을 전공한 사회학자와의 학제적 교류로 써야 한다.”

‘교과서포럼’ 공동대표 박효종(62·사진)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최근 뉴라이트 계열의 잡지 ‘시대정신’ 2009년 봄호에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논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교과서포럼은 2005년 결성 뒤 소위 ‘좌편향 교과서’의 문제점을 줄곧 지적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교육과학기술부가 ‘좌편향 교과서’ 수정 지시를 내리면서 불거진 논란에는 공개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이번 박 교수의 글은 정부의 교과서 수정 지시를 놓고 벌어진 ‘역사 전쟁’에 대한 교과서포럼 측의 첫 공식 입장 표명이다.

박 교수는 “늦었지만 교과부가 교과서 수정 지시를 내린 것에 대해 안도한다. 하지만 50여 개 항목의 자구 수정 쯤으로는 조족지혈(鳥足之血)이란 표현을 떠올릴 정도로 턱없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좌편향 교과서’가 기술하는 ‘사실(史實)’의 오류보다 잘못된 ‘사관(史觀)’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근·현대사 교과서 논란의 핵심은 학생들에게 현대사를 ‘성공한 대한민국 역사’로 가르칠 것이냐, 실패한 ‘좌우합작의 역사’로 가르칠 것이냐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전체주의적 성향의 반인권 국가인 북한에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반(反)헌법적 시각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좌·우 편향적 서술은 허용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민주국가에서 사상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 인권·시장경제 등 대한민국 번영의 틀이 된 헌법적 가치까지 부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북한은 좌파 사상에 기반한 국가이기 때문에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반인권적 전체주의 국가라서 문제가 된다. 따라서 6·25전쟁은 전체주의라는 야만에 대항한 자유주의 세력의 ‘방어적 전쟁’이다.

박 교수는 “교과서포럼에 역사학자들이 없다는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하지만 현대사는 역사학자들이 오히려 약한 분야 ” 라고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덧붙였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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