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명령 관리 허술…"시간만때우자" 빈둥빈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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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시립요양원은 최근 서울보호관찰소에 앞으로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를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지난 3월24일부터 이곳을 거쳐간 15명중 대부분이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시간만 채우려 해 오히려 노인들에게 나쁜 인상만 심어준다는 것이 이유다.

尹용주 (66) 부원장은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이 이곳에서 하는 일이라야 고작 30여평 남짓한 텃밭 고랑을 고르거나 노인들의 말벗이 돼주는 일인데 불평을 늘어놓고 게으름을 피워 직원들이 오히려 눈치보며 일을 시키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람들에게 환경정화업무를 맡기던 한강관리사업소측도 최근엔 풀뽑기.씨뿌리기등 간단한 일만 시킨다.

하지만 작업장을 몰래 빠져나가 화투판을 벌이는가 하면 아침에 출근사인만 한 뒤 사라졌다가 저녁에 퇴근사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사업소 송문영소장은 "매번 잔소리하는 것도 인간적으로 어려워 주의주는 정도에 그친다" 며 관리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범죄자를 교도소등에 구금하는 대신 봉사활동을 통해 반성의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된 '사회봉사명령제' 가 시행과정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시설및 프로그램 미비와 감독인력 부족에다 봉사명령 대상자들 역시 시간 채우기에만 급급해하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은 관광지.재활원.양로원등에 배치돼 봉사활동을 한다.

서울지역에만 이같은 시설이 50여곳에 이르지만 대상자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서울보호관찰소의 감독자는 고작 8명뿐이다.

1주일에 서너차례 시설들을 순회하는게 관리업무의 전부다.

서울보호관찰소 관계자는 "관리인력이 부족해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다 될 수 있으면 감정을 거스르지 않고 봉사활동을 통한 의식개조에 신경 쓰다보니 어려움이 많다" 고 밝혔다.

한강고수부지 이촌지구에서 풀뽑기작업을 하던 한 대상자는 불만스런 표정으로 "예산절감을 위해 우리를 투입한 것 아니냐. 힘만 들지 보람같은 것은 없다" 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박형남 (朴炯南) 판사는 "외국과 달리 사회봉사 전담시설과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는 상태에서 협력기관의 협조에만 의존하고 있어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 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대법원은 최근 각 지방법원에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의 봉사이행 성과및 부작용에 대한 사례를 보고토록 지시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다음달초 법무부와 협의, ▶시설별 감독관유급제 ▶소규모 전담시설 설치 ▶법원직원의 파견등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김기찬.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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