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者구도 대선 득실계산 분주한 여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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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선은 다른 선거와 달라 주류 (主流) 로 표가 몰리게 돼 있다.

야권에서 여러명이 출마하면 결국 30%에 달하는 여권 고정표가 대세를 장악할 것이다. " (정부의 한 고위정치담당관리)

"1여 (與) 대 다야 (多野) 의 싸움이라기 보다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후보와 비 (非) 김대중후보의 한판승부라고 본다.

여권으로선 살얼음판 게임이다. " (신한국당 고위당직자 P씨)

4자대결 구도를 보는 여권의 시각은 크게 이렇게 두갈래로 나뉜다.

정국분석이나 정치정보 관리에 관여하는 인사들을 이런 분류로 나누면 대개 반반이다.

비교적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이들은 '여권 주류론' 을 편다.

후보가 여러명 나오면 초기엔 각자에게 여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지지만 투표일이 가까워 오면 한 대형후보를 중심으로한 주류로 쏠린다는 것. "92년때도 정주영 (鄭周永) 씨가 당을 만들어 출마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샐러리맨들의 모의투표에서 그는 1등을 한 적이 많다.

그러나 막상 정권을 결정짓는 투표에서 그는 16% (3백75만표)에 머물렀다.

선거란 그런 것이다. "

신한국당 대선기획단 서상목 (徐相穆) 기획본부장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관리는 "조순 (趙淳) 서울시장이 위협적이라고 하지만 여권 고정표의 향배는 다를 것이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넓게 퍼져있는 안정희구세력은 '趙씨를 찍으면 결국 DJ가 당선된다' 는 생각에 여당후보로 쏠릴 것" 이라고 단언했다.

정세분석 활동에 경험이 많은 모 (某) 장관은 대표적 우려론자다.

그는 "선거초기에 여당후보 지지율이 야당후보에게 뒤지는 것은 여당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리고 92년이래 5년동안 민심이 많이 바뀌어 주류론같은 것이 먹힌다는 보장이 없다" 고 지적했다.

경찰의 고위정보관계자도 이런 견해에 동참했다.

그는 "지방정부가 독립되고 관권개입이 어려워지는등 5년전과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여권은 새로운 분석체계로 4자구도를 들여다 보아야 한다" 고 피력했다.

청와대내에는 이런 두가지 기류가 적절히 섞여 있는 것같다.

고위관계자는 "우려론과 낙관론을 따지면 6대4 정도인 것같다" 고 소개했다.

그는 "우려론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패배주의는 결코 없다" 며 "9월말까지 여당후보의 지지율이 반등만 할 수 있으면 현재 야당에 뒤지는 것이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는 여권이 빨리 희망에 대한 구심력을 회복하는 것" 이라며 "현재의 여당후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의식을 갖고 여권이 빨리 결집하는 것이 어떤 전망보다 유익하다는게 청와대의 생각" 이라고 설명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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