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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전국 중고생 논술경시대회 우수답안·심사평]고교생부 금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고교생부 금상]

이범용 <부산남일고 3년>

최근에 들어서 '제3의 물결' 이니 '제3차 산업혁명' 이니 하는 말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 말들은 모두 면방직기나 방적기의 등장으로 인해 매뉴팩처가 가능하게 되면서 이루어진 '산업혁명' 에 비해 기술이 첨단화되고 혁신적인 기계적 진보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현대에 이르러서 기계와 인간의 분리는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가정생활에서나 사회생활에서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현대 기술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렇게 진보된 사회가 있기까지는 특히 과학의 도움이 컸다.

그래서 '과학 만능주의' 마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계속적인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삶이 윤택해지고 복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의 기술은 양날을 지닌 칼과 같아서 유익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갖가지 해로운 면도 크게 부각되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인류의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를 들어 보겠다.

첫째로, 기술의 진보는 필요 인력을 감소시킨다는 문제점이 있다.

얼핏 들으면 노동시간의 단축등으로 복지 실현이나 여가 시간의 증대에 도움을 주는 이점으로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요인력이 줄어들면 많은 노동자들이 직업을 잃게 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어떤 이들은 과학 기술이 진보되면 단순 노동자의 일자리는 없어지더라도 고급인력의 수요가 커지기 때문에 인력 재생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오류가 있다.

첫째로 사라지는 단순 노동자의 일자리에 비해 고급 인력을 요하는 자리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점이다.

둘째로 대부분의 단순 노동자는 경제사정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고급기술을 습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실업자의 증가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문제중 한가지가 사람들의 일하고자 하는 욕구와 일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무시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해 주는 것중 하나가 일인데, 이것을 박탈당한다면 인간이 자아 정체감을 느끼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로 계층분화로 인한 사회적 불안을 들 수 있다.

기술의 발달로 노동자의 수가 감소하면 자연히 부는 기계의 소유자인 기업주 일부에게 편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대다수의 국민은 빈민화될 것이고,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는 국민중 다수가 범죄자가 될 것이다.

사이보그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농성을 벌이는 영화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리 복지제도를 개선한다 해도 대중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기계에 대한 증오심 또한 큰 문제이다.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운동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래에도 기계 파괴운동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로는 정보.통신 부문의 기술진보에 있어서의 문제점이다.

광케이블이 사용되고, 초고속 통신시대가 열리면서 '제3의 물결' 을 운운하며 미래사회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얼마전에 있었던 백화점 여자 화장실과 치과병원의 간호원 탈의실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했던 사건은 통신기술의 어두운 면을 극명하게 해 준다.

이 사건의 장본인은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어쨌든 이들이 타인을 감시하고,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했음은 확실하다.

이외에도 정치판에서는 다른 당의 모임장소에 도청기를 설치해 놓기도 했다.

요즘 신종 인기사업으로, 기업의 회의실등에서 도청 장치를 제거하는 일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데, 이것 또한 현재 얼마나 통신기술의 폐해가 큰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사건 대부분이 개인에 의해 저질러졌는데, 만약 이러한 감시.통제 체제가 정권을 잡은 이에 의해 국민을 통제하는 데에 이용된다면 그 폐해는 막대할 것이다.

조지 오웰의 '1984' 란 작품을 보면 국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중앙에서 모니터를 통해 감시하며, 특히 약간의 반정부적 행위라도 한 자는 24시간 감시를 받게 된다.

또 그 나라에서는 통신시설을 국민을 정부에 맹종하는 기계로 만드는 데에도 사용하여, 자신들의 사상을 주입시킨다.

이것이 다소 과장된 허구의 내용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통제 시책이 실제로 미래에 나타날지도 모르는 독재 정권에 의해 시행된다면, 그 통제는 과거 어느 시대, 어느 정권의 그것보다도 엄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계사용에 따른 자원 고갈과 황폐화를 들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기계의 동력 대부분이 고갈 자원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 에너지와 청정 에너지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적으로 기계의 사용을 늘린다는 것은 위험하다.

또 자원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오염의 문제도 있으며, 현재에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자원의 확보를 위한 전쟁도 위험한 수준이다.

현재 우리는 우리 세대, 개인의 편리만을 위해 계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들이 우리 자손에게도 유익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을 살펴보면 악영향이 더 큰것 같다.

앞에서 든 세 가지 이유 외에도 사회의 물질 만능주의, 기계에 의한 인간 종속 현상등은 인간 사회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현실을 똑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술 문명만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국민의 복지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주의적 사고는 위험하다.

아무리 기계가 뛰어나다 해도 기계의 주인은 인간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정말로 인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반성적 태도가 필요하겠다.

이런 태도를 지닌 이후에야 우리는 진정한 '제3차 산업혁명' 을 이룰 수 있을 것이고 인류의 미래 또한 밝을 것이다.

[심사평]

이 문제는 제3차 산업혁명이 전개될 미래의 사회상을 예견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전개해 보라는 문제였다.

이 문제의 답안 대다수가 유형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범용 군의 글은 상투적인 유형에서 벗어나서 뚜렷하고 일관된 관점을 전개하고 있다.

이 글은 미래의 사회상을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업자의 증가, 정보.통신 기술의 악용 가능성, 그리고 기계 사용에 따른 자원 고갈과 황폐화를 논거로 들고 있다.

아무리 복지 정책이 완벽하더라도 실업자들의 자아 정체감의 상실을 채워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주어진 과제를 충실한 논리를 바탕으로 재해석한 결과라 할 만하다.

그러나 논리적 비약이 없는 바는 아니다.

실업자의 증가가 상대적 빈곤감을 불러오고 그 결과 국민 대다수가 범죄자가 될 것이라고 한다든지, 기계의 사용이 자원의 고갈을 가져온다고 하는 추단은 논리의 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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