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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현준 선생님은 농구인생의 모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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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삼성과 KT&G의 경기가 열린 22일 서울 잠실체육관 앞에서는 고(故) 김현준 코치의 10주기를 기념하는 유품 전시회가 열렸다. 고 김 코치는 10년 전인 1999년 10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39세의 한창 나이였다. 잠실체육관에는 그의 등번호였던 10번 유니폼이 영구결번돼 걸려 있다.

팬들과 삼성 관계자들은 전시회를 보면서 고 김 코치를 추억했고, 적장 이상범 KT&G 감독대행도 그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그는 “연세대 시절 삼성전자와 연습경기를 하면 현준이 형을 막지 못해 최희암 감독님께 무척 혼나곤 했다. 현준이 형은 요즘 슈터와 달리 스스로 슛 기회를 만들어서 쏘는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고 김 코치는 과거와 현재의 농구인들뿐 아니라 ‘미래’인 꿈나무들 마음에도 살아 있다. 이날 삼성은 하프타임에 네 명의 유망주에게 ‘김현준 장학금’을 전달했다. 삼성은 2000년부터 10년째 매년 3~4명의 유망주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 시즌 삼성이 정규리그 승리를 거둘 때마다 적립한 돈이다.

9년 전 첫 ‘김현준 장학금’의 수혜자로 뽑혔던 유망주 역시 이날 코트 위에서 뛰고 있었다. 바로 KT&G의 포워드 양희종(25)이다.

양희종은 2000년 삼일상고 1학년 때 김현준 장학금을 받았다. 그는 “초등학교 때 농구를 시작한 이후 김현준 선생님은 나의 롤 모델이었다. 제1회 김현준 장학금을 받게 됐을 때도 그래서 더 벅찼다”고 말했다. 양희종은 “나는 포지션이 포워드라서 전문 슈터와는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지만 김현준 선생님을 가장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양희종에게 고 김 코치는 ‘선배’라고 부르기에도 부담스러운 ‘선생님’이다.

경기 전 양희종은 “10주기 기념 전시회가 열리는 경기에서 하필 적으로 만나게 돼 부담스럽고 불편한 부분도 있다”면서 “선생님께는 죄송하지만 오늘은 꼭 이겨야겠다”고 웃었다.

김현준은 지금 없지만 그가 남긴 장학금을 받고 무럭무럭 자란 양희종은 프로농구를 이끄는 스타로 성장했다. 그는 이날 특유의 성실한 플레이로 9득점·3도움·2리바운드를 기록,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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