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구에게 쓸 화학무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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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집단이란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온 세계가 꺼리는 핵무기.생화학무기 등 궁극 (窮極) 무기를 앞세워 전쟁위협을 일삼으며 벌이는 정치.외교적 곡예가 그러한 북한의 속성을 잘 드러내준다.

북한 핵무기개발 의혹이 떠올랐을 때 어리둥절하지 않은 동포는 없었을 것이다.

핵무기같이 파멸적인 무기를 도대체 누구를 상대로 사용하려는 속셈인가 하는 당혹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속셈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온갖 위협수단을 가지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핵무기개발을 통한 군사적 우위차지는 미국과의 제네바합의로 어렵게 됐다.

군사적으로 남한을 압도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하는 북한에 남은 길은 자명 (自明) 하다.

생화학전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이 화학무기를 생산하고 보유중이라는 사실이 최근 계속 밝혀지고 있다.

북한이 하루 15.2t의 화학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개전초기 70t 가량의 화학무기를 동원해 서울 등 수도권을 공격할 것으로 합동참모본부의 분석결과 밝혀지고 있다.

북한이 다량의 화학무기를 보유.배치하고 있음은 바로 1년전에도 영국의 군사전문잡지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당시 이 잡지는 북한이 생산.보유하고 있는 화학물질은 겨자가스.사린 등 20여가지의 독가스라고 보도했다.

사린가스의 경우 4~5㎏만 수도권 상공에 살포해도 4분동안에 1천만명이 목숨을 잃게 되는 맹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화학무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북한의 태도다.

1백64개국이 서명해 지난 4월29일 발효한 화학무기금지협정에 북한은 가입하지 않은데서 그런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화학무기를 많이 갖고 있다는 북한에 누구를 상대로 이처럼 치명적이고 반인류적인 무기를 사용하려는 생각인지 우리로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군당국도 이러한 화학무기 위협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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