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시장, 아들 병역 자진신고…세아들에 면제 사유 직접 해명토록 先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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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2월 대통령선거전에 네번째로 합류한 조순 시장이 스스로 '검증'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병역면제 처분을 받은 두 아들이 직접 내용을 해명토록 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대통령후보가 골치를 썩는 아들들 병역시비가 타산지석 (他山之石) 이 됐음은 물론이다.

95년6월 서울시장 선거때 '전력' 을 들춘 정원식 (鄭元植.민자당).박찬종 (朴燦鍾.무소속) 후보측과 고소.고발사태까지 빚었던 그로서는 가장 먼저 넘어야할 산으로 여긴 셈이다.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자민련등 그와 맞붙을 '빅3' 의 예상되는 공세내용들을 미리 '자진 신고' 함으로써 예방주사를 맞겠다는 뜻도 있다.

두 아들 직접 해명에 앞서 민주당 장광근 (張光根) 부대변인은 17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통해 "趙시장의 네 아들중 두명이 병역면제자" 라고 밝혔다.

시장선거 당시 노출되지 않았던 이 부분을 공개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심했다고 한다.

결국 "신한국당 李대표에 이어 의원들의 병역문제까지 공세대상이 된 지금 이 부분 만큼은 미리 자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고 한 인사는 배경을 전했다.

내용인즉 차남 (44.의사) 의 경우 작은 키 (1백58㎝) 와 왜소한 체격, 4남 (33.포항공대 박사과정) 은 '칼만스 신드롬' 이라는 장애체질로 각각 병역을 면했다는 것. "논란이 되고 있는 이회창대표 아들들의 사례와는 다른 진짜 면제대상" 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趙시장 참모도 18일 묻지도 않은 부분을 먼저 꺼냈다.

서울시장 선거당시 문제됐던 부분들을 되짚었다.

"중학시절 (현 경기고) 남로당 입당설, 강릉농고 교사이던 6.25당시 좌익활동설, 유신정권과의 밀착설등 흑색선전이 상대후보측에 의해 제기됐었다" 며 "이미 그때 모든 검증은 끝났다" 고 역설했다.

"사상등에 문제가 있었다면 국가 1급비밀을 다루는 부총리직과 국고의 열쇠를 책임진 한국은행총재직을 맡을 수 있었겠는가" 라며 미리 쐐기를 밖았다.

아직 자신의 정책조차 피력할 기회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자격론에 휘말릴 경우를 대비한 선수 (先手) 전략이다.

그러나 여야 빅3의 입장은 다르다.

1차로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趙시장 자신이 직접 국민에게 아들 병역문제를 밝히고 이해를 구하라" 고 쏘아붙였다.

신한국당측은 "趙시장은 검증면에선 백지상태다.

시정 (市政) 수행도 검증된바 없다" 며 '뭔가 준비중' 임을 암시했다.

대결구도가 굳어져 전투가 치열해지면 입장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필요하면 언제든 발가벗길 준비가 돼 있다" 는 3당 틈바구니에서 趙시장의 자체검증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전혀 미지수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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