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사이코 같다’는 얘깁니다.”
공장 5곳을 운영하는 이 회사는 누구나 인터넷으로 사업장을 구경할 수 있도록 동영상시스템을 구축해 공개했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 (www.kdpower.co.kr)로 들어가 웹캠(web cam) 단추를 누르고 ID와 패스워드에 각각 ‘kdpower’를 입력하면 된다.
“대개는 ‘직원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걸로 오해해요. ‘정상적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죠. 하지만 이 시스템은 감시가 아니라 공개를 위한 겁니다. 고객에게 우리의 모습을 언제든지 보여주겠다는 거죠. 일하는 자세, 일하는 환경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제품을 믿으라는 거에요.” 박 사장의 설명이다.
전략도 ‘누드 모드’로 투명화
‘사이코’ 같은 일은 또 있다. 이 회사의 사이버 업무 공간인 ‘이프로세스’에는 전 직원의 고과가 일간으로 매겨져 올라온다. 박 사장은 “1년에 한번 고과를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가”하고 되물었다. 그는 “매일, 매순간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목표를 잡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온라인 점수는 전체 고과의 10%를 차지한다.
이 정도까지만 보면 좀 ‘특이한 회사’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직원들과의 단합대회 등에서 팬티만 입고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을 보면 ‘싸이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물론 여성직원은 제외된다). 박 사장은 이런 독특한 취향에 대해 “한 방향 경영을 위해 직원끼리 조금의 주저함도 없애버리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육체적인 ‘누드’ 뿐 아니라 이 회사는 전략도 ‘누드 모드’로 나가고 있다. 매년 연초에 회사 홈페이지에 경영목표와 경영 환경을 분석해 놓은 경영시나리오를 올려놓는다.
연간 900억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케이디파워의 대표제품은 수배전반(용어참조)이다. 케이디파워는 이 제품으로 LS산전, 현대중공업에 이어 중전분야에서 3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직원들도 스스로 자기경영
또 직원들에게는 최소 월 7만원에서 최대 40만원까지 문화활동비가 지원된다. 영화, 연극은 물론 가족이나 친구와의 식사 등에도 이 돈을 쓸 수 있다. “이런 모든 일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재미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죠. 월요병이 있는 회사, 금요일을 기다리는 직원이 가득찬 회사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 남을 수 없어요.”
언뜻 이상해 보이는 박 사장의 경영 방식은 그러나 현실에서는 고성장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많은 회사가 고전한 지난해 케이디파워는 30% 성장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58% 성장한 1700억원의 매출액을 내다본다.
사상 최대 불황이라는 요즘 전년 대비 60% 가까운 성장을 목표로 한다는 점도 평범한 생각은 아니다. 그는 ‘사이코’란 말을 즐기고 있다.
이석호 기자ㆍlukoo@joongang.co.kr
<용어설명>
수배전반:한국전력에서 생산된 전기는 2만2000V로 각 지역으로 보내진다. 이렇게 보내진 전력을 빌딩이나 아파트, 복합건물에서 받아서 220V로 변환시켜 각 가정이나 사무실, 장소에 공급하는 장치를 말한다.용어설명>
※ 전체 기사는 2월 23일(월)에 발매되는 이코노미스트 976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