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도, 제품 마진도, 팬티도 다 OPE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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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사이코 같다’는 얘깁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에 위치한 케이디파워 김포공장. 박기주 사장이 전국에서 모인 70여 명의 독서클럽 회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자 좌중에는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그의 말은 단순한 유머가 아니다.

공장 5곳을 운영하는 이 회사는 누구나 인터넷으로 사업장을 구경할 수 있도록 동영상시스템을 구축해 공개했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 (www.kdpower.co.kr)로 들어가 웹캠(web cam) 단추를 누르고 ID와 패스워드에 각각 ‘kdpower’를 입력하면 된다.

“대개는 ‘직원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걸로 오해해요. ‘정상적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죠. 하지만 이 시스템은 감시가 아니라 공개를 위한 겁니다. 고객에게 우리의 모습을 언제든지 보여주겠다는 거죠. 일하는 자세, 일하는 환경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제품을 믿으라는 거에요.” 박 사장의 설명이다.

전략도 ‘누드 모드’로 투명화

‘사이코’ 같은 일은 또 있다. 이 회사의 사이버 업무 공간인 ‘이프로세스’에는 전 직원의 고과가 일간으로 매겨져 올라온다. 박 사장은 “1년에 한번 고과를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가”하고 되물었다. 그는 “매일, 매순간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목표를 잡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온라인 점수는 전체 고과의 10%를 차지한다.

이 정도까지만 보면 좀 ‘특이한 회사’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직원들과의 단합대회 등에서 팬티만 입고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을 보면 ‘싸이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물론 여성직원은 제외된다). 박 사장은 이런 독특한 취향에 대해 “한 방향 경영을 위해 직원끼리 조금의 주저함도 없애버리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육체적인 ‘누드’ 뿐 아니라 이 회사는 전략도 ‘누드 모드’로 나가고 있다. 매년 연초에 회사 홈페이지에 경영목표와 경영 환경을 분석해 놓은 경영시나리오를 올려놓는다.

연간 900억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케이디파워의 대표제품은 수배전반(용어참조)이다. 케이디파워는 이 제품으로 LS산전, 현대중공업에 이어 중전분야에서 3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직원들도 스스로 자기경영

케이디파워는 매년 한차례씩 협력업체와 함께 해외 연수를 간다. 80~90명이 참가하는 이 연수에 드는 연 1억여 원의 비용은 케이디파워가 전액 부담한다.

또 직원들에게는 최소 월 7만원에서 최대 40만원까지 문화활동비가 지원된다. 영화, 연극은 물론 가족이나 친구와의 식사 등에도 이 돈을 쓸 수 있다. “이런 모든 일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재미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죠. 월요병이 있는 회사, 금요일을 기다리는 직원이 가득찬 회사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 남을 수 없어요.”

언뜻 이상해 보이는 박 사장의 경영 방식은 그러나 현실에서는 고성장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많은 회사가 고전한 지난해 케이디파워는 30% 성장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58% 성장한 1700억원의 매출액을 내다본다.

사상 최대 불황이라는 요즘 전년 대비 60% 가까운 성장을 목표로 한다는 점도 평범한 생각은 아니다. 그는 ‘사이코’란 말을 즐기고 있다.

이석호 기자ㆍlukoo@joongang.co.kr

<용어설명>
수배전반:한국전력에서 생산된 전기는 2만2000V로 각 지역으로 보내진다. 이렇게 보내진 전력을 빌딩이나 아파트, 복합건물에서 받아서 220V로 변환시켜 각 가정이나 사무실, 장소에 공급하는 장치를 말한다.

※ 전체 기사는 2월 23일(월)에 발매되는 이코노미스트 976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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