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포용력 너무 없어 지도자에 시간적 여유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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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리더십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 가운데 20일 “리더십과 함께 팔로십(followship)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자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포럼 ‘굿 소사이어티’(공동대표 김인섭 법무법인 태평양 명예 대표변호사, 정진홍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최한 1차 공개 토론회에서다.

굿 소사이어티는 지난해 ‘건국 60주년,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9차례 공개 토론을 진행했었다. 팔로십을 화두로 던진 배경에 대해 김 변호사는 “지도자에 대한 비판 아닌 비난이 넘쳐 나는 우리 사회에서 정작 중요한 팔로십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엔 두 명의 학자가 각각 팔로십과 리더십을 얘기했다. 성균관대 이숙종(행정학) 교수는 이날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한 팔로십의 고양’이란 발표문에서 “리더십과 팔로십은 동전의 양면처럼 어느 하나만 부족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팔로십이 부족한 이유로 제도권 정치의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국회로 대변되는 대의제에 대한 불만으로 참여·거리 정치가 일상화됐고 ▶입법·행정·사법 등 권력기관 간의 갈등이 커졌으며 ▶이념이 극심하게 양분되면서 사회의 정당한 권위를 무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의 연장선에서 법치는 무시되고 책임 없이 권리만 주장하는 행태와 지도자에 대한 냉소가 만연하게 됐다”며 “시민사회도 타자를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없는 등 제대로 된 팔로십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도자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고, 제도화된 비판과 참여의 채널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려대 염재호(행정학) 교수는 ‘리더십의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인터넷 등의 발전으로 개인은 권위에 복종하고 주어진 일을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존재에서 많은 정보를 지닌 채 적은 비용으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출할 수 있는 시민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이어 “리더십을 둘러싼 환경은 변했지만 한국 사회의 리더십은 ‘거래적 리더십’에 머물고 있다”며 “리더십이 신뢰·비전·설득기술·통합·창조적 능력 등을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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