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영면] 나중엔 화장해 납골묘에 모셔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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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이 수십 년 뒤 납골묘에 봉안될 것으로 보인다.

김수환 추기경 장례위원회 허영엽 신부는 20일 명동성당에서의 기자 브리핑에서 “현재 용인 성직자 묘역에 가면 묘지 조성이 안 된 곳이 일부 있는데 이곳에 납골묘를 조성할 예정”이라며 “용인 묘역이 꽉 차게 되면 순서대로 화장해 납골묘에 봉안할 계획이며 이는 신부뿐 아니라 주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교 이상이 안장되는 주교 묘역이 꽉 차게 되면 김 추기경은 노기남 대주교에 이어 서울대교구의 고위 성직자로는 두 번째로 용인 성직자 묘역 납골당에 봉안된다.

용인 성직자 묘역은 주교 묘지 18기, 신부 묘지 97기 등이 조성돼 있으며 주교 묘역에는 노기남 대주교만 잠들어 있고, 일반 사제는 62명이 안장돼 있다.

허 신부는 “화장을 통해 납골묘에 봉안함으로써 국가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묘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사제평의회는 장례문화 변화에 조금이나마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김수환 이름 통장 하나도 안 남겨

 통장 잔액이 1000만원이 안 될 정도로 청빈한 삶을 살았던 김수환 추기경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 하나 남기지 않고 나무 묵주만 손에 쥔 채 빈손으로 영면했다.

장례위원회의 홍보담당인 허영엽 신부는 20일 기자 브리핑에서 “김 추기경의 명의로 된 통장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허 신부는 “김 추기경이 선종하고 난 뒤 모든 유품이나 재산은 서울대교구 관리국이 관리하고 있는데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 추기경의 통장이 비서 수녀님과 신부님 명의로 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진석 추기경도 장례 기간에 ‘고인의 생전 삶에 걸맞게 모든 것을 (검소하게) 처리하라’는 당부를 하셨다”고 덧붙였다.

김수환 추기경은 은퇴 후 다른 평신부처럼 생활보조금 명목으로 월 250만원을 받아 생활해 왔으며 그마저도 평소 도움을 요청한 사람들을 돕는 데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허 신부는 “선물용으로 산 묵주 등 ‘빚’을 지불하고 나면 오히려 (김 추기경의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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