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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아 WBC팀 살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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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은 한 템포 빠른 투수 교체로 세계 4강 신화를 달성했다. 다음 달 열리는 제2회 대회에서 한국의 필승카드는 빠른 발을 앞세운 ‘뛰는 야구’다.

미국 하와이에서 대표팀의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김인식 감독은 20일(한국시간) 선수들의 주루 훈련을 지켜보면서 “맘껏 뛰게 해도 될 것 같아. 저 정도면 상대도 버거워할 거야”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WBC에서 펼쳐질 ‘김인식표 발야구’를 예고하는 말이었다.

김 감독은 이날 하와이 센트럴 오아후 리저널파크에서 실시한 훈련에서 “이종욱과 고영민(이상 두산), 이용규(KIA), 정근우(SK) 등 네 명에게 그린 라이트를 줬다. 상황에 따라 ‘지금은 뛰지 말라’는 사인을 내겠지만 특별히 뛰라고 지시하지는 않겠다. 뛰고 싶은 순간이 오면 그냥 뛰면 된다”고 밝혔다. ‘그린 라이트(green light)’란 주자가 감독의 지시 없이 스스로 판단해 도루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야구 용어다.

25일 하와이에 도착하는 추신수(클리블랜드)도 몸 상태를 살펴본 뒤 ‘그린 라이트’ 명단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또 박기혁(롯데)과 이택근(히어로즈), 이진영(LG)도 ‘그린 라이트’ 후보들이다. 15명의 야수 중 최대 8명의 선수가 마음껏 뛰게 되는 셈이다.

김 감독은 그동안 소속팀인 쌍방울·두산·한화와 1회 WBC에서는 팀 전력상 ‘빠른 야구’를 구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1회 WBC 때는 이종범(KIA)에게만 그린 라이트를 줬다. 당시에는 이승엽(요미우리)이 고비 때마다 때려주고 최희섭(KIA)도 큰 것 한 방을 쳐줬다”고 회상한 뒤 “하지만 지금은 선수 구성이 완전히 바뀌었다. 경기가 안 풀릴 때 상대 투수들을 발로 괴롭힐 수 있다”며 현 대표팀의 강점을 설명했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이종욱과 정근우는 각각 47개(2위)와 40개(3위)의 도루를 기록했다. 고영민은 39개(4위), 이용규는 28개(7위)를 성공시키며 도루 랭킹에서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날쌘 주루 플레이를 선보이며 한국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김 감독은 한국전 선발이 유력한 일본의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에 대해서도 “투구 동작이 커진 것 같다. 발 빠른 선수들이 충분히 괴롭힐 수 있을 정도”라며 ‘발야구’를 ‘일본전 필승비책’으로 꼽았다.

호놀룰루(하와이)=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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