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내 영렬탑놓고 시민단체-행정당국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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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전시내 한가운데 있는 영렬탑 (英烈塔) 을 놓고 시민단체와 행정당국의 공방이 치열하다.

시민단체는 이 탑이 일제 잔재라며 하루 빨리 이전을 촉구하지만 행정당국은 이렇다할 이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중구선화동 산15에 있는 영렬탑은 지난 56년 충남도민의 성금을 모아 6.25 전몰군경 1천6백여위의 위패를 봉안한 곳. 그러나 민주주의민족통일 대전충남연합 (회장 李璋鎬) 등 10여개 시민단체는 "이 탑의 전신이 일제시대인 42년 태평양 전쟁등에서 전사한 일본군 위패 보관을 위해 건립한 충렬탑이었다" 며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89년부터 대전시와 중구청등을 상대로 "충렬탑의 탑신등은 놔둔 채 일부 조각품만을 추가, 영렬탑으로 이름짓고 선열의 위패를 봉안한 것은 일제 잔재의 미청산을 의미하는 것" 이라고 주장해왔다.

시민단체들은 또 "이 탑의 위치는 풍수지리적으로도 지맥 (地脈) 이 모이는 대전의 한가운데로 일제가 우리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충렬탑을 이곳에 세웠다" 며 "일제 잔재를 하루빨리 청산한 뒤 시민공원 등으로 새롭게 조성해야 한다" 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군경유족회등과 이전에 관해 원칙적 합의를 봤지만 유족들이 원하는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아 늦어지고 있다" 며 "현재 대상지를 물색중" 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10년 가까이 되풀이되는 시민들의 요구에도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행정기관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 이라며 당국을 질타하고 있다.

대전 =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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