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확인도 안 하고 ‘임실 띄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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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북 임실 지역 ‘허위 보고’ 사태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책임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과부가 예정에 없던 학업성취도 관련 자료를 전국에 요구해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교과부 지침에 따라 전국 초·중·고교와 지역교육청은 1월 초 성취도 평가 자료를 긴급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학력 부풀리기와 허위 보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임실에서만 ‘부실 보고’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교과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급하게 자료 수집=교과부는 지난해 12월 말 전체 학생 중 4%(초등)~5%(중·고교)만 표집한 결과를 언론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었다. 언론에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 제한)까지 걸었다. 표집 결과는 문제를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통해 모으는 중이었다. 그런데 입장을 바꿨다. 전수조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말 “모든 결과를 분석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원인까지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자료 취합과 분석 담당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교과부 학력증진지원과로 바꿨다. 1월에는 업무 관련성이 없는 교과부 기획조정실까지 거들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모든 학생이 다 본 시험을 일부만 모아 발표할 필요가 있느냐는 내부 결정에 따라 전수 조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가 16개 시·도교육청에 자료 취합을 요구하자 전국 800여 지역교육청과 초·중·고교는 방학 중에 비상이 걸렸다. 임실지역 일부 초등학교가 전화로 “기초 학력 미달자가 없다”고 보고한 것도 지역교육청의 재촉이 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도 보고=교과부는 학업성취도 발표일 전에 “임실 지역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언론에 알려줬다. 청와대에도 보고했다. 전북도와 임실교육청에 성적이 좋은 이유를 찾아보라고도 지시했다. 방과 후 수업 등이 성과를 냈다는 보고가 있자 교과부는 임실 지역을 모범 사례로 뽑았다. 이 과정에서 현장 확인이나 자료 신뢰도 검증 절차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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