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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서로 구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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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제주도의 P호텔은 수십년 간 유지해 온 쌀 거래선을 지난해 바꿨다. 그 동안 구입해 온 경기미 대신 전북 쌀을 매주 10㎏짜리 120포대씩 사용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전북 쌀이 경기미보다 가격은 10~20% 낮으면서도 밥이 차지고 맛이 좋아 식당·고객들 모두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이스타항공의 군산~제주 취항 때 자리를 함께 한 김완주(左) 전북지사와 김태환(中) 제주지사가 지역 특산품 판매 등 상호협력 확대를 다짐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 [전북도 제공]


전북도와 제주도가 상생 마케팅을 통해 윈윈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쌀·감귤 등 두 지역 농산물을 지방자치단체와 농협 등이 앞장서 구매해 주면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수년 새 제주도 농산물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약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전북 쌀. 김제·익산·부안 등서 생산한 ‘상상예찬’ ‘찰메쌀’ ‘지평선’ ‘키토산 완전미’ 등은 지난해 제주도에서 110억원 어치가 팔렸다. 올해는 150억원, 2011년에는 3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농협 전북본부는 “연간 1000억원 대의 제주도 쌀 소비시장에서 전북 쌀의 반응이 좋아 매년 20~30%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쌀이 제주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2006년 김제 공덕농협이 제주시 애월읍에 RPC(미곡종합처리장)를 설립하면서부터다. 그 전만 해도 전북 쌀의 연간 판매량은 연간 1억원 대에 그쳤다. 이 RPC는 전북에서 생산한 쌀을 실어 와 저온저장고에 보관한 뒤 당일 도정해 제주도 소비자들에게 공급한다. 이 때문에 “아침에 찧은 신선한 쌀”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첫 해에 무려 5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북 쌀은 품질 면에서도 제주도 소비자들로부터 확실히 인정을 받고 있다. 전북 쌀은 최근 소비자단체협의회가 발표한 ‘고품질 쌀 브랜드 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쓸었다. 상위 12개 브랜드에 1등을 차지한 ‘큰들의 꿈’과 ‘철새도래지 쌀’(2위),‘지평선 쌀’(4위) 등 3개가 포함되는 성과를 올렸다.

제주도에서 전북 쌀이 많이 먹어 주는 데 대한 보답으로 전북도는 제주산 농산물 판매에 팔 소매를 걷어 붙이고 나섰다. 2월을 ‘양배추 팔아주기 특별기간’으로 정해 각 지역농협과 손잡고 제주 농가들의 어려움을 덜어주자며 판촉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주도는 국내 양배추 소비량의 90%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생산 물량이 크게 늘었는데도 경기 침체로 소비가 25% 정도 줄면서 판로가 막힌 상태다.

전북농협은 또 97개의 도내 하나로마트를 통해 ‘품질 좋은 제주산 감귤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설 명절에만 1만여상자를 팔았다. 지난해 1월에도 과잉 생산으로 어려움에 처한 감귤 농가 돕기 운동을 벌여 1만5000상자(1억3500만원)를 구입해 줬다.

김완주 전북지사는“감귤·쌀·파·콩 등 농산물 특판전과 지역 특산품 홍보전을 제주와 전북에서 교차해 열고 상호협력을 늘리는 MOU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환 제주지사도 “전북에 본사를 둔 이스타항공의 취항을 계기로 제주~전북 간 하늘길이 넓어진 만큼 인적·물적 교류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제주 출생이지만 전주고(1956~59년)를 다니는 등 전북과 인연이 깊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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