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덕 13억 경제학] 중국증시(46) “대세상승? 택도 없는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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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들어 중국 주식시장이 크게 올랐습니다. 계산해보니까 약 20%정도 뛰었더군요. 작년 10월 저점에 비해서는 30% 상승했습니다.

여지없이 국내 증권업계 여럿 전문가들이 나서 흥분합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지요.(한 경제전문 주간지가 보도한 내용입니다)

신흥시장 중 성장가능성 가장크다.(D증권)
중장기 투자매력도 가장 높다(M증권)
이미 거품 붕괴대 추가하락 가능성 낮다(H증권)
경기부양책 실행 부담 크지 않다(S투자증권)
상반기 경기부양책 효과 기대된다(DS증권)

이들이 뜻하는 것을 분명합니다. "지금 증권사로 달려가 차이나펀드 하나 가입하라'는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여기서 중국 증권업계는 최근 상승세를 어떻게 평가하는 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주가가 오르면서 중국 증권업계에서는 대대적인 논쟁이 하나 붙었습니다. '과연 이 상승이 실물경제의 회복을 예고하느냐'는 것이었지요. 긍정과 부정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긍정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대책으로 철강 건설자재 등의 수요가 늘면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최악의 불경기 속에서도 소비는 여전히 살아있다. 중국 경제는 지금 저점을 지나고 있다. 2/4분기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다. 주가 상승은 그 전조다. 근거가 없지 않습니다. 실제로 철강가격이 올랐고, 1월 주요 유통업체 소비판매 증가율이 24.5% 늘었습니다. 자동차 판매도 2개월 연속 전월대비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중국 경제관료들은 '이제 끝을 지나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하기도했지요.

비관하는 전문가의 입장은 다릅니다.

지금 주식시장은 실물경기와는 완전 딴 판으로 논다.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 1월 은행 대출로 풀린 돈이 1조6200억 위안이다. 작년 11월이후 대출액이 급증했다. 이 자금 중 상당부분이 증시로 몰려왔다.
중국 실물경기가 좋을 리 없다. 수출은 여전히 밑바닥을 기고 있다. 게다가 최대 시장인 유럽연합(EU)가 동유럽 디폴트 우려로 크게 망가질 조짐이다. 경기부양 대책의 효과는 하반기들어서야 나타날 것이다. 주가상승이 경기회복의 전조라고? 택(턱)도 없는 소리다. 착시일 뿐이다.

여러분은 어느 의견이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저의 생각을 묻는다면 후자입니다. 지금 증시는 분명 일시적인 자금 유입 때문입니다. 중국인민은행이 대출창구를 확 풀어주니까 은행들은 얼싸하고 돈을 마구 풀었습니다. 은행에서 풀린 돈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SOC건설분야 아니면 갈 곳이 없습니다. 게다가 중국인민은행은 금리를 더 낮출 태세입니다. 물가 걱정을 털어버렸거던요.

상하이 증시가 어제(2월18일) 4.72% 떨어졌습니다. 급등세가 급락세로 고꾸라졌지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중국인민은행이 '은행 대출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지요. 착시현상이 맞습니다. 단기적으로 주가 더 떨어져야 할 겁니다.

중국증시를 좀 깊이 봐야 하겠습니다. 작은 물결보다는 큰 흐름을 읽어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런 의견 저런 의견 다 들어보고, 이런 요소 저런 요소 다 따져보고, 지난 날과 미래를 다 고려하는 그런 분석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증시 애널리스트들이 어느 정도 중국증시 내부를 읽고 있는 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이 내놓는 분석을 보면 참으로 표면적이고, 좁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습니다. 조금 오르면 흥분하고, 떨어질 때는 침묵하고...그런 애널리스트들은 증권계에서 아주 추방시켜야 합니다. QFII(공인외국인투자가)자격을 얻은 회사가 4개로 늘었더군요. '본토주식 투자펀드'가 여러 개 나왔고, 나올 모양입니다. 애널들의 분석이 혹 QFII 판매를 겨냥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듭니다.

중국증시의 향방을 결정할 최대 요소는 '비유통주'라는 저의 생각에는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올해 유통주가 버티고 있는 한 중국 주식시장에서 한 몫 잡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물론 주가가 워낙 크게 떨어졌기에 하락여지도 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새로 들어갈 만큼 장미빛은 더 더욱 아닙니다.

얻그제 한 학회 세미나에서 제가 발표한 PT를 여러분에게 드립니다. '중국 주식시장의 개혁과 발전-비유통주 개혁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여러분의 중국증시 연구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올립니다. 내용을 보시다 혹 의문이 나거나, 아니면 고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요 (woodyhan@naver.com).

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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