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건교부의 '3대 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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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건설교통부 안에서는 언제부터인가 3대 금기 (禁忌) 사항이 있어 왔다.

그린벨트.분양가 자율화.수도권문제가 그것이다.

누구든 함부로 말을 꺼냈다간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른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다.

장관까지도 예외가 아니다.

자유토론이나 공론화 자체를 꺼린다.

중요하기 때문에 논의조차 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구더기 때문에 장 담그기를 거부해 온 것이다.

과연 언제까지 장을 안 담그고 버틸 것인가.

26년간 계속돼온 그린벨트정책을 두고 칭찬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 자체까지 금기시하다 보니 현상태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정책적인 대안도 마련되지 않은 채 오로지 지키는 것에만 매달려 왔다.

이로 인해 선거철만 되면 그린벨트와 관련해 갖가지 공약이 등장하고, 그 결과 원칙없는 부분완화조치만 누더기처럼 되풀이해 왔다.

수도권정책도 마찬가지다.

경쟁력제고와 수도권집중 억제및 국토 균형개발이란 상반되는 목표 사이에서 엉거주춤한 채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 수도권에 5백30만평이라는 택지개발 예정지구를 발표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기반시설 공급계획은 없다.

기반시설공급이 용이한 신도시형태의 대규모 택지공급을 할 경우 수도권집중을 심화시킨다는 비난이 두려워 소규모 택지개발만 고집한 때문이다.

연초에 발표된 제2차 수도권정비계획을 살펴봐도 구체적인 토지이용을 어떻게 해나가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아파트분양가 정책 또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는 케이스다.

최근 자율화를 해보였다고 생색을 냈으나 알맹이인 수도권을 쏙 빼고 한 것이다.

주택보급률이 낮은 점과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수도권을 뺐다는 것이 건교부의 설명이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도리어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투기를 노린 가수요가 늘어나고, 아파트 소비행태가 왜곡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수도권에서도 철골조아파트와 80% 이상 지은후 분양하는 아파트에 한해 부분자율화를 허용했다.

그러나 이같은 선별적 분양가 자율화는 아파트건설 행태를 왜곡하는 또 다른 골칫거리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를 통한 대안마련을 피하고 덮어두거나 슬금슬금 뒷구멍으로 터주는 식으로 진행한다면 그로 인한 왜곡현상과 정책지연의 비용은 결국 국민 모두가 곱빼기로 치를 수밖에 없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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