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괌공항 경보장치 고장 충격]KAL사고機 고도이상 몰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는 돌발적 기상상황에 따른 자연재해가 아니라 피할 수 있었던 인재 (人災) 로 밝혀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조종사과실을 사고원인으로 집중부각한 일부 외신과 달리 10일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 (NTSB) 는 "사고당시 괌공항의 MSAW가 고장나 있었다" 는 조사결과를 발표해 공항시설 고장과 관제사의 과실등이 복합됐을 가능성을 한층 높여 주고 있다.

따라서 사고 직후까지 사고발생 자체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사고기가 정상고도보다 훨씬 낮은 높이로 공항전방 4.8㎞ 사고지점까지 접근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공항당국은 사고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항공전문가들도 괌공항 관제탑이 정밀레이더를 제대로 갖추고 밀접관제를 충실히 수행해 정상고도를 벗어난 사고기에 사전경고를 했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 괌공항의 관제상황 = 블랙박스가 해독되지 않은 상태지만 착륙수칙등을 살펴보면 사고기의 관제상황 추정이 가능하다.

괌공항을 향해 날아온 여객기는 공항으로부터 32~40㎞ 지점에서 접근관제를 맡고 있는 미국 앤더슨공군기지의 연방항공국 (FAA) 접근관제소로부터 통신주파수를 지정받아 공항관제소를 호출한다.

여객기가 공항전방 약 16㎞ (10마일) 까지 접근하면 관제업무가 공항관제탑에 의해 장악돼 10~15㎞ 사이에서 관제탑의 착륙허가를 받게 된다.

이때 관제사는 고도.풍속.기압.공항상태등 착륙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조종사에게 제공한 뒤 착륙할 활주로를 지정하고 여객기는 최종착륙시도 단계 (Final Approach)에 접어든다.

조종사는 이때부터 활주로 착지때까지 관제탑과의 교신을 일시 중단하지만 최저안전고도를 지키지 못하는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관제탑과 조종사간의 비상교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NTSB는 괌 아가냐공항 인근에 추락한 대한항공기가 아가냐공항 관제탑과 마지막으로 교신한지 1분뒤 추락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최저안전고도장치가 제대로 작동돼 정상고도를 벗어난 사고기에 관제탑이 경보를 보냈다면 문제의 1분 동안 랜딩기어를 내리고 2.5~3도의 각도로 하강하며 단계별 착륙수칙을 이행하고 있었을 조종사는 재착륙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공항관제의 문제점 = 사고지점에서 사고기의 고도는 정상고도보다 3백 가량 낮은 상태였다.

그러나 NTSB가 블랙박스를 예비 판독한 결과 사고시점까지 조종실에서 특이한 상황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제탑으로 경보를 받지 못해 정상고도를 벗어난 사실을 몰랐던 조종사와 승무원등은 정상착륙으로 착각해 비행을 계속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자동계기착륙장치 (ILS)에 이어 최저안전고도장치가 잇따라 고장난 사실에 비추어 사고기는 공항시설 고장및 불량탓에 최종 착륙시도 직전 착륙허가를 얻으면서 관제탑으로부터 잘못된 데이터를 제공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야간 악천후속에 비정밀접근으로 착륙을 시도해야 했던 사고기에 관제탑의 잘못된 데이터가 제공됐다면 결과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 대한항공측은 "공항 관제탑은 착륙완료까지 비행기 위치와 고도등을 추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기장에게 경고.조언해야 한다.

특히 사고기는 공항 관제구역 내에 있었으므로 관제탑 타워와 레이더실이 함께 관제하는 밀접관제 대상이었다" 고 관제탑의 과실부분을 지적한다.

NTSB 조사관 마트 펄먼도 "사고기는 추락하기 5~6분쯤 전 공항 10마일 전방에서 (FIRST APPROACH 지점) 관제탑과 교신했으며 관제탑과 조종사간에 어떤 비정상적인 대화도 없었다 (NOTHING UNUSUAL)" 고 말했다.

김포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제공항은 결심고도에 이를 때까지 정밀레이더를 통해 항공기의 속도.고도.거리등을 파악, 만일의 사태에 대처하고 있지만 괌공항 레이더에는 거리와 속도밖에 나타나지 않아 비상조치가 불가능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밖에 FAA가 관리하는 접근관제소와 민간이 운영하는 공항관제소의 2원화된 관리체계도 체계적 관제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다른 원인은 없었을까 = 대부분의 사고처럼 항공사고도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 역시 시계불량과 노후된 공항시설, 인적 과실등이 복합된 사고로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예상되는 복합요인으로는▶야간비행과 악천후로 인한 시계 불량▶기체의 전파및 기압고도계.거리측정기 (DME) 의 오동작▶조종사의 순간적인 조종실수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괌공항 주변 지형이 구릉지대로 항공기 비행지점과 지상의 기압차를 이용해 고도를 측정하는 기압고도계가 급변하는 기상상황으로 잘못된 기압정보를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주요 요인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