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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부터 내면까지 여인의 삶 보여주는 핸드백의 매력

중앙일보

입력


없으면 왠지 옆구리가 허전한, 여성의 필수품 핸드백. 서울 삼청동 세계장신구박물관에서는 5월31일까지 ‘Handbag, My Love’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강원 관장<사진>이 20여년에 걸쳐 모은 전세계의 핸드백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Q. 핸드백을 수집하게 된 계기는?
A. 남편이 외교관이어서 남미 등 지구촌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핸드백을 만났다. 처음엔 그저 예쁜 데 끌렸다. 그러다 컬러와 디자인, 그리고 뱀·악어·나뭇잎·메탈 소재 등 핸드백이란 아이템 속에 그 나라의 문화가 녹아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이후 본격적으로 컬렉션을 시작했다.
 
Q. 핸드백의 매력은 무엇인가?
A. 핸드백은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 핸드백 자체의 가치도 있지만 재질이나 세공, 백을 드는 상황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나 신분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특히 가방 내용물은 여성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얘기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핸드백과 내용물에 관한 것으로 몰아 가곤 했다.

 이집트 기업가의 부인이 기억에 남는다. 그녀는 핸드백 속에 늘 첫사랑 남자가 준 고백 편지를 부적처럼 지니고 다녔다. TPO(Time·Place·Occasion:시간·장소·상황)에 맞게 백을 바꿀 때도 그 편지는 절대 빼놓는 일이 없다고 했다. 아마 그 시절의 설렘과 추억이 그녀에게 힘을 줬던 게 아닐까? 나중에 알게된 남편도 이를 용인했다고 했다.

Q. 본인의 필수 내용물은?
A. 나는 핸드백에 언제나 메모지와 연필·형광펜을 넣고 다닌다. 필요한 것들을 메모하기도 하며 그날 공부해야 할 것 등을 적어 들고 다니기도 한다. 앞서 얘기했듯 핸드백이 여자의 겉모습이라면 내용물은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하고 은밀하게 말해준다. 백인백색인 것처럼 가방 속도 정말 그렇다.

Q. 수집품 중 애착이 가는 핸드백은?·
A. 여기 있는 핸드백들은 모두 내가 사용하던 것들이다. 약 5000점 가운데 1000여점이 전시됐다. 모두 특별하지만 1980년대 프랑스에서 쓰이던 새털레인은 아는 사람만 아는 귀한 물건이다. 핸드백의 할머니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향수·메모·호루라기·열쇠·성경 등, 지금이라면 가방 속에 들어갈 아이템을 장신구처럼 허리에 매달아 사용했던 것이다. 20세기 초 핸드백이 등장하면서 사라졌다.

 또 1950년대 유행한 미국의 플라스틱백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금속이 몽땅 전쟁물자로 동원되자 만들어진 가방이다. 루사이트라고 불리는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10년 넘도록 미국의 패션을 지배하며 인기를 끌었다. 모던한 디자인은 건축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Q. 지금 들고 다녀도 손색없어 보인다.
A. 여기 있는 핸드백들은 집안가보로 대물림한 것이 많다. 만드는 과정도 섬세하며 재료 선정부터 많은 공을 들인다. 그런 부분들이 시대와 유행을 넘어 변함없는 가치를 지니게 되는 이유다. 요즘 핸드백은 자신의 존재를 과장하는 도구 같아 안타깝다. 브랜드 가치도 좋지만 개성에 맞는 핸드백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유독 디자이너백이 없다. 디자이너의 가방 라인이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리미엄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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