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가짜 미네르바’ 보도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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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동아일보는 17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진위 논란과 관련, 1면 기사를 통해 “시사월간지 ‘신동아’의 미네르바 오보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신문은 사과문에서 “자신을 미네르바라고 밝혔던 K씨는 후속 취재에서 당초 발언을 번복했다.

발언 내용과 번복 배경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K씨가 미네르바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아 신뢰받는 언론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사과문은 이날 발매된 신동아 3월호에도 실렸다. 동아일보는 오보의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16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철저한 검증을 위해 진상조사위원회에는 외부의 법조인과 언론학자도 참여시켰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네르바 진위 논쟁은 종결됐다. 발단은 신동아가 지난해 12월호에서 미네르바의 기고문을 실으면서다. 신동아는 미네르바가 증권사 경력과 외국생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본지는 지난달 9일 검찰이 미네르바로 지목해 체포한 박대성(31·구속 기소)씨가 신동아에 기고한 적이 없는 것으로 진술한 사실을 처음 보도했다. 박씨는 증권사 경력은 물론 외국생활 경험도 없었다.

진위 논란이 더욱 불거진 것은 신동아는 2월호 때문이다. 신동아는 자칭 미네르바 K씨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K씨는 인터뷰에서 “7명의 전문가가 미네르바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체포한 박씨가 가짜라는 주장이 확산됐다. 그러나 검찰은 거듭 신동아의 보도를 부인했다. 박씨 본인도 지난달 23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신동아 미네르바 인터뷰는) K씨를 내세워 만든 터무니없는 스토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동아 측은 후속 취재를 더 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결국 오보를 시인했다.

미네르바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의 이두식 부장검사는 “수사팀은 처음부터 박씨가 진짜 미네르바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박씨가 스스로 미네르바라고 인정했고,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부장검사는 “오보의 경위에 대해 수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박씨 변호인인 박찬종 변호사는 이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씨를 접견한 뒤 “신동아가 오보를 내게 된 진상을 밝히고 박씨에게 공개적으로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씨가 오전에 구치소에서 신동아가 오보를 낸 것이라는 뉴스를 봤다고 한다”며 “그동안 박씨가 사기꾼인 것처럼 낙인이 찍혀서 황당해하고 분하게 생각했는데 이제 재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만족할 만한 반응이 없을 때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거나 형사고소,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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