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값 그대로인데 … 휘발유값 왜 오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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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원유값은 제자리인데, 국내외 휘발유값은 오르는 이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두바이유는 배럴당 40~45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1월 2일 42.88달러였고, 이달 16일에도 거의 비슷한 수준인 43.32달러에 거래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유소에서 파는 휘발유값은 같은 기간 L당 1300원에서 1494원으로 뛰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석유공사는 17일 ‘국제 휘발유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세계 곳곳의 정유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낮춰 휘발유 공급이 줄어든 것이 휘발유값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호주·인도네시아·이란의 정유 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등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미국과 중국 정유공장은 불황으로 소비가 줄어들자 생산을 줄였다. 미국 휘발유 생산량은 지난달 2일 하루 911만5000배럴에서 30일에는 867만9000배럴로 약 한 달 새 5% 줄었다. 그 결과 시장에 휘발유가 덜 나오고, 이로 인해 값이 오르고 있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국제 휘발유값(옥탄가 92 기준)은 1월 2일 배럴당 42.65달러에서 이달 16일 60.42달러로 42% 뛰었다. 여기에 연동돼 국내 휘발유값도 올랐다.

반면 국제 원유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내다 팔 곳(정유공장)이 줄어 값이 제자리걸음한다는 게 석유공사의 분석이다.

국내에선 올 들어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L당 82원 오른 것도 휘발유값에 영향을 미쳤다. 휘발유 세전 공장도가는 L당 530원. 여기에 세금 약 870원이 붙고 있다.

올 들어 원유값은 그대로인데 휘발유값이 오르면서 정유사들은 이익을 보게 됐다. 지난해엔 제품인 휘발유값이 원료인 원유값을 밑도는 이상 현상이 11월 초부터 두 달간 계속돼 SK에너지가 4분기에 665억원 당기순손실을 내는 등 손해를 봤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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