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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여 모욕적인 남성 언어폭력에 이렇게 대처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주부 이민희 (37.경기도안산시본오동) 씨는 얼마전 동네 문방구점 주인과 싸운 일을 생각하면 두고두고 불쾌하다.

아이가 산 장난감에 부속이 빠져 있어 교환하러 갔다가 주인의 단호한 거절에 이유를 물었었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너 몇 살인데 대드느냐" 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 "들어오는 순간부터 재수없어 보였다" 느니 "이 ×야, 당장 나가라" 등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너무 놀란데다 분해서 거의 아무말도 못한 채 10여분간 서 있던 이씨는 결국 그냥 나오고 말았다.

운전해 본 여성들에겐 사소한 잘못에도 남성운전자들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는 것은 흔한 경험에 속한다.

'따지기라도 했더라면' 하는 생각에 속상한 감정이 더욱 오래 간다.

현명한 대처법은 없을까. 법적으로 전혀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한 경우 형법상 모욕이나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면 가해자로 하여금 1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6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등 공공장소에서 '공연히 사람을 모욕' 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증인이 따로 없을 때는 '불안감 조성' 을 한 경범죄처벌법에도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승소확률에 비해 절차가 까다로와 실제로 고소하는 여성은 거의 없는 편. 이에 대해 이화여대 김선욱 (법여성학) 교수는 "언어폭력이 최근 점점 심각해지고 있지만 증거등 여러가지 특성 때문에 보다 비중있게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결국 현재로선 남성의 언어폭력에 뾰족한 대책은 없는 셈이다.

일단 일반적으로 '속시원하게 되갚음을 하는 것' 은 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나미신경정신과원장은 "같이 언성을 높이는 행위는 남성들의 감정폭발에 상승작용을 일으켜 더 큰 폭력을 유발할 수 있다" 며 "자기보호를 위해서는 무표정하게 상대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 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복식호흡을 한다든지 일단 그 자리를 벗어나 감정을 삭힌 뒤 합리적으로 따진다면 나중까지 남는 불쾌감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기 의견을 발표하기보다는 조용한 '평화제조기' 로 키워져 왔기 때문에 화가 났을 때도 합리적으로 조목조목 따지는 것이 약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비록 속으론 더할 나위 없이 화가 나더라도 겉으론 미소라도 띄우면서 따지는 연습이 평소에도 필요하다" 고 이원장은 조언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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