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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명현 신임 교육부장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교육개혁은 입시개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1백여 가지에 이르는 각종 개혁안이 함께 달성돼야 교육개혁은 실현됩니다.

학생.학부모.교사의 목소리를 폭넓게 듣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교육정책을 펴나겠습니다."

올 3월부터 1년 예정으로 미국 하버드대학 철학과에 교환교수로 있던 중 5일 개각에서 교육부 장관에 임명된 서울대 철학과 이명현 (李明賢.55.미국 보스톤 거주) 교수와 이날 저녁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 장관 임명 사실은 언제 알았습니까.

"개각 발표가 나기 하루 전 청와대에서 연락받았어요. 의외였던데다 안병영 (安秉永) 장관이 잘 하고 있어 처음에는 고민했어요. 개인적으로는 1년 동안 책을 쓸 계획이었어요. 그러다 교육발전을 위해 헌신하자는 마음에서 받아들였지요. " (李장관은 귀국하면 거주할 마땅한 장소가 없는 형편이다.

부인인 서울대 기악과 김귀현 (金貴賢.45) 교수도 같은 시기에 보스톤대 음대 교환교수로 갔기 때문에 경기도성남시 분당 집을 1년 동안 전세 놓은 상태다.

李장관은 우선 혼자 가능한한 빨리 귀국하겠다고 했다. )

-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과 친밀한 사이로 브레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金대통령과는 서울대 철학과 선후배 사이지만 제가 80년 7월 전두환 (全斗煥) 정부에 의해 해직당하고 84년 8월 복직 전까지 재야에서 민주화운동을 할 때 알게 됐어요. 그후 92년 金대통령이 대선후보일 때 도와드린 적이 있어요. "

- 교육정책은 어떻게 펼칠 계획입니까.

"학생.학부모.교사의 뜻을 감안하되 이런 것들이 국가 장래에 미칠 영향을 따져 거시적인 정책을 세우겠습니다.

국가의 기본전략은 교육에서 나옵니다.

교육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세워야 합니다."

- 대학입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대학가에서는 완전한 자율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고 특수목적고에 대한 비교내신제 등 입시문제가 산적해 있는데요.

"사회는 유기체입니다.

환자에게 과도한 양의 약을 투입하면 부작용이 있듯이 입시 자율화도 현실에 맞춰 점진적으로 확대돼야 합니다.

사실 우리 대학은 자율화의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다만 자율화의 순서와 양이 대학 현실에 부합하는가는 꾸준히 검토해야겠지요. 교육부와 대학 사이에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특수목적고 비교내신제 문제 등 구체적인 입시문제는 지금 당장 답변하기 힘든데요. 업무를 파악한 뒤 밝히겠습니다.

- 학교폭력 문제도 심각한데요.

"정말 걱정입니다.

우리 고교 교육은 대학입시 준비과정에 그치고 있고 인성교육이 상당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예요. 교육개혁으로 학교 교육이 점차 정상화돼 학생의 다양한 특징과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교육이 실현되면 학교폭력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학교교육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어요. 가정.사회 모두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지요.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교육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교육재정의 국민총생산 (GNP) 5% 확보가 앞으로도 지속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데.

"98년까지 GNP의 5%를 교육재정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었습니다.

앞으로도 5% 규모는 계속 유지돼야 합니다.

물론 교육계 입장에서는 그 이상 늘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따라서 우리 경제 현실을 감안, 교육재정 확대 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 95년 '5.31 교육개혁안' 을 입안하고 제1기 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실무 주역까지 담당했는데 교육개혁의 기본정신과 李장관의 교육관은 무엇입니까.

"철학 (서양현대철학) 을 전공했기 때문에 교육개혁의 기본 틀을 짤 때 의견을 제시하긴 했어요. 그러나 구체적인 부분은 다른 전문위원들과 함께 작업했어요. 교육개혁은 국가와 개인적인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선 교육개혁이 절대로 필요합니다.

우리 교육은 한가지 기준으로 모든 학생을 서열 매겨 한줄로 세우는 교육입니다.

단점이 많지요. 교육은 각자의 특징과 장점을 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과정과 평가방법도 다양화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한가지 정책 수단만으로는 어렵습니다.

1백여 개에 이르는 교육개혁 방안이 모두 연계돼야 가능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교육개혁하면 입시제도 개혁으로만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 유감입니다."

- 교육개혁을 실감하지 못한다는 교육현장 목소리도 높은데요.

"아직도 교육개혁에 대한 사회 이해도가 상당히 낮은 것 같아요. 교육공무원중에도 자기 업무 이외에 교육개혁 전반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모두가 꾸준히 노력하고 이해를 넓혀 가야겠지요. 그러나 교육개혁은 하루이틀에 성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미국.영국등 선진국들도 오래 전부터 교육개혁을 추진해왔지만 성과는 더디지요. "

- 서울대 행정직원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신 적이 있는데 교육부나 서울대의 조직을 축소할 생각입니까.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사석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는 공무원의 급여를 올리고 수는 줄여 질 중심으로 공무원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공무원의 생계를 끊을 수는 없지요. 신규채용 억제 등 순리적인 방법으로 조직의 군살을 빼야겠지요. (李장관은 서울대 교수직 유지 문제에 대해서는 '휴직하겠다' 는 의사를 나타냈다. )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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