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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 컷]PD수첩 선정성 '위험수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요즘 MBC 'PD수첩' 을 보노라면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재 때문이다.

6월3일 '천호동 텍사스에 불은 꺼졌는가' 편이 나가더니 지난달 15일과 22일에는 '세계의 아동 성착취, 그 현장을 가다' 1.2부가 이어졌다.

5일에는 여고생이 4명의 동네 어른들에게 잇따라 성폭행당한 이야기를 다룬 '추악한 범죄, 그날 이후의 기록' 이 방송됐다.

하나같이 선정적인 소재다.

29일 대선후보 토론으로 'PD수첩' 이 방영되지 않았으니 최근에는 3주 연속인 셈이다.

자극적 소재가 연타석으로 들어선 것은 '시청률 때문' 이라는 의혹이 짙다.

SBS가 6월30일부터 PD수첩보다 5분 앞서 시사물 '뉴스추적' 을 내보내며 차근차근 시청자층을 확보해가자 이를 초반에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MBC측은 이에 대해 " '세계의…' 일정이 SBS '뉴스추적' 이 마련되기 전에 정해진 만큼 이는 잘못된 해석" 이라고 말한다.

바로 뒤를 이어 등장한 '추악한…' 도 6월말 취재를 시작했으므로 'PD수첩' 제작 관행상 5일 방송된 것이 당연하다고 해명한다.

또 내용에 있어서도 선정성이 도사리는 현장을 보여주는 것 뿐아니라 그런 문제가 왜 일어났는지, 대책은 어떻게 마련돼야 하는지 등의 분석 위주였으므로 시청자들이 선정성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용은 둘째치고라도 방송시기는 조정했어야 했다.

6월초 '천호동…' 이 나간 뒤 좀 더 시간 간격을 갖고 '세계의…' 를 내보냈다면 MBC는 SBS '뉴스추적' 견제설도 피할 수 있었다.

한 방송사 교양 담당PD는 "시청률때문에 위로부터 선정적 소재를 잡으라는 주문도 가끔 받는다" 고 말한다.

MBC가 시청률을 위해 '잘 팔리는' 선정적 소재 위주의 편성으로 일관했다는 비난을 뒷받침하는 것들이다.

MBC내부에서조차 나오는 " 'PD수첩' 이 이러면 안된다" 는 말에 제작진이 조금 더 신경을 기울였으면 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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