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어떤 색 좋아하나 - 아시아人 하얀색 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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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핑크색은 '귀엽다' 는 이유로 아시아에서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색이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핑크색이 가장 싫어하는 색중의 하나로 꼽힌다.

왜냐하면 서양인들은 핑크색을 보면 나약하면서 경박하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라마다 문화의 차이에 따라 색에 대한 기준도 달라진다.

최근 일본 닛케이신문은 와세다대 사이토 미호 (환경심리학) 교수가 국가별로 문화에 따른 선호색깔을 분석한 논문 '색채심리 국가비교' 내용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순결을 상징하는 흰색은 한국.일본.대만등 아시아인에게 특히 선호되는 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백의민족' 이란 이미지에 걸맞게 올초 한 의류업체가 내놓은 45개 색상의 셔츠중 흰색의 판매율이 28.7%에 이르렀으며 일본에서는 한때 흰색자동차의 판매량이 전체 80%를 차지했을 정도. 하지만 미국.독일.덴마크등 서구사람들은 흰색은 '색깔이 아니다' 며 한국.일본등에서 흰색이 선호된다는 사실에 오히려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 대신 미국인들과 독일인들은 산뜻한 파란색을 가장 좋아하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인들은 노란색, 중국인들은 초록색을 각각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아공에서는 녹색자동차는 사고가 많이 난다는 미신 때문에 녹색을 싫어하고 서구인들은 공통적으로 갈색이 점잖고 안정감 있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색중의 하나로 꼽았다.

또 이 연구에서는 흰색을 좋아하는 아시아인의 심리가 피부색을 하얗게 해주는 미백화장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실제 미백화장품이란 제품은 아시아권에만 있는 화장품. 사이토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 여대생들은 '얼굴이 희면 못생겨도 예뻐 보인다' 고 생각할 정도로 하얀 피부색은 부드럽고 여성적인 이미지로 생각하지만 인도네시아인들은 하얀 피부는 거만하거나 화려한 이미지가 강해 싫어한다는 것. 사이토 미호교수는 인도네시아가 백인통치시대를 겪었던 역사가 이러한 감정에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 논문은 문화적 기준에 따라 색에 대한 감정이 달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색과 그렇지 않은 색이 있으므로 국제교류를 할 경우 특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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