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사랑기계' 왜 이책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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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타천으로든 자천으로든 시인이 된 5천여명이 꾸준히 시를 쓰고 있다.

이들 가운데 절반 가량만이 짧게는 1년, 길게는 5.6년에 시집 한권씩을 묶어 한 해 1천권 가량의 시집이 출간되고 있다.

이중 시단 (詩壇) 혹은 독자들로부터 주목 받는 시집은 1백권도 채 안된다.

특히 독자와 시단 양쪽에서 호평 받은 시집은 한 해 10권도 채 안된다.

수준 높은 시집은 시단에서 인정받는 반면 달콤한,가식적인 아픔으로 치장한 감상적인 시집들은 시 독서시장을 석권, 시단의 평가와 독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 김혜순씨의 시집 '불쌍한 사랑기계' 는 올 상반기에 출간된 시집 중 시단에서 가장 주목 받은 작품이다.

시대와 내면의 고만고만한 아픔을 고만고만한 상상력과 시어들로 엮은 시집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의 본원 (本源) 을 향한 탐구와 형식적 실험을 향한 혼신의 아픔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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