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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복합투여 '생존율↑ 부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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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적 암 치료’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열린 40차 미국임상암학회(ASCO)의 포스터 발표 현장. 전세계 1만5천여명의 암전문가들이 모여 암에 대한 최신 정보를 공유했다.

'암은 인간에게 영원한 숙제인가'. 첨단 의술의 발전에도 한국인 다섯명 중 한명이 암으로 숨진다. 암은 의사에게 여전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존재다. 지난 5~8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제40차 미국임상암학회(ASCO)엔 전 세계 암학자 1만5000여명이 모여 암치료의 최신 지식을 공유했다. '질적 암 치료'(quality cancer care)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번 학회에 소개된 주요 연구결과들을 소개한다.

◇타깃 치료법 아직은=마거릿 템페로 ASCO 회장(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은 "요즘 암치료에서 가장 의미있는 진전은 정상세포엔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하는 타깃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으므로 그만큼 부작용도 적다.

그러나 이번 학회에선 글리벡.이레사에 견줄 만한 획기적인 타깃 치료용 항암제는 눈에 띄지 않았다. 폐암 치료제인 타르세바 정도다.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시판 허가를 받지 않은 이 항암제는 임상시험에서 다른 약으로 치료할 수 없었던 말기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평균 2개월 연장했다.

'테모다'라는 뇌종양 치료신약도 관심을 끌었다. 뇌종양 수술 뒤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이 약을 함께 복용하면 생존율이 26%로 높아지기 때문(수술 뒤 방사선치료만 받았을 때는 10%)이다.

기존의 항암 치료에 실패한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 2만여명에게 폐암 치료제 이레사를 투여한 결과 1년 생존율이 30%에 달했다는 연구 결과도 주목을 받았다.

◇쏟아진 병용요법=이번에 발표된 논문의 절반 이상은 항암제 병용요법에 관한 것들이다.

학회에 참석한 서울대병원 내과 허대석 교수는 "2~4개의 항암제를 함께 처방하는 병용요법이 암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특히 눈길을 끈 병용요법은 새로운 항암제인 젬자와 기존의 항암제인 탁솔의 만남. 다른 부위에 암이 전이된 유방암 환자 529명에게 젬자.탁솔을 함께 사용한 결과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이 18.5개월로 탁솔 하나만 복용한 경우(15.8개월)보다 3개월 길어졌다. 환자의 1년 생존율도 70.7%(탁솔 단독요법 60.9%)로 높아졌다.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로욜라대 케이시 알바인 교수는 "젬자.탁솔 병용요법은 탈모.백혈구수 감소.피로 등 부작용을 줄이는 등 암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삶의 질 높여주는 약도=암환자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부작용을 크게 줄인 항암제도 조명을 받았다. 프랑스 파리의 호텔 듀병원 에릭 푸자데-로레인 박사는 난소암이 재발한 환자가 기존의 탁솔 대신 독소루비신을 사용하면 탈모와 손.발이 무감각해지는 증상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약을 바꿔도 치료 효과는 떨어지지 않으면서 손수 바느질을 하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됐다는 것.

◇예방에 관심 표명=암 치료에 치중하던 ASCO가 예방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비만.신체활동이 암 발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이 학회에서 발표된 것. 과거 ASCO에선 어림없었던 소재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예방의학과 레슬리 번스타인 교수는 "비만은 유방암.내막암.대장암.신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며, 몸을 활발히 움직이면 유방암.결장암의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콜레스테롤 치료제인 스타틴이 대장암 발생 위험을 51%나 낮춰준다는 역학조사 결과도 제시됐다. 이스라엘에서 4000명을 조사한 미시간대(앤아버) 내과 스티븐 그루버 박사는 "스타틴 외의 다른 항콜레스테롤약은 대장암 예방 효과가 없었지만 스타틴은 어떤 종류든 상관없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치료제 에비스타가 폐경기 여성의 유방암 발생 위험률을 최고 66%까지 줄였다는 연구결과도 관심을 모았다.

미국 뉴올리언스=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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