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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가정을 위한 제언 … 가족주치의를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시대, 건강도 예외는 아니다.

개인의 건강도 건강한 가족에서 비롯된다는 가족건강론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리는 개인이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해진다는 것. 그러나 효율성면에서 개인 단위보다 가족 단위의 건강돌보기가 훨씬 우월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건강의 3대 요소인 유전과 환경, 라이프스타일중 현대 보건학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라이프스타일의 형성과 교정에 개인보다 가족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민 1인당 의료비는 미국의 절반에 불과한 일본이 세계 최장수국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학자들은 스스로 건강을 책임지는 미국식 의료가 영양과잉으로 뚱보를 양산해낸 반면 가족을 우선 배려하는 동양 특유의 가치관이 은연중에 건강의 필수적 덕목인 절제를 터득케 했다고 분석한다.

건강한 가족을 위해 구성원별 관심사들을 알아본다.

건강가족을 위한 첫걸음은 구성원들의 건강문제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주치의를 마련하는 데 있다.

가족의 생활환경과 유전성향, 질병내력등 가족건강의 대.소사를 한명의 의사가 일괄적으로 담당해 속속들이 알고있는 것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주치의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주치의를 특정 부유층에게만 가능한 것으로 지레짐작하는 것. 그러나 주치의를 두는 것은 생각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건강상 어려운 일이 생길때 마음편하게 찾아가 상의할 수 있는 의사면 필요충분하다.

따라서 자주 찾는 가까운 동네 병.의원의 의사들이 주치의로 적당하다.

주치의의 기본요건은 명의 (名醫) 보다 양의 (良醫)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의료의 질이 낮고 과잉진료가 될 것이라는 동네 병.의원에 대한 불신때문에 3시간대기.3분진료를 마다하지 않는 실정. 40여년간 홍제동에서 개업의였던 前대한의학협회장 김재전씨 (73) 는 "동네 병.의원이 이미 종합병원으로 가기 위한 진료의뢰서 발급장소로 전락한지 오래" 라며 '막대한 의료비 지출과 빈번한 의료소송으로 악명높은 미국에서도 자신의 주치의만은 90%이상 신뢰한다' 는 여론조사결과를 부러워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유명 대학병원 외래환자 10명중 9명이 동네 병.의원의 1차진료만으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환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처럼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기 위해 마련된 고육지책이 7월부터 시범실시키로 된 보건복지부의 주치의등록제다.

매년 2만원만 내면 동네 병.의원 의사들을 주치의로 등록해 건강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주치의로 지정된 환자와 의사에겐 진료비 일부를 의보재정에서 지원한다는 것이 주치의등록제의 골자. 그러나 이번엔 의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연 2만원의 등록비와 진료비 2%의 추가지원만으론 환자상담으로 빼앗기는 시간에 대한 비용손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장미빛 꿈을 안고 출발한 주치의등록제는 시범실시는 커녕 제도 자체가 완전 유야무야된 실정이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의 주치의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현재로선 제도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정답이다.

등록을 하거나 따로 비용을 지불하는 거창하고 번거로운 절차보다 신뢰할 수 있는 의사를 정해 자주 찾아가면 된다.

굳이 진료과목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가정의학과나 내과, 소아과 전문의가 인체 전반의 질환들을 다루므로 가족 주치의로 적당하다.

동네 병.의원 불신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행 개원의사의 연수교육제도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미국은 정해진 기간마다 시험을 통해 의사면허증을 재발급받을 정도로 의사들의 질 관리에 철저하다.

아울러 의료상담에 대한 수가인정도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인술만을 앞세워 무작정 의사의 시간을 빼앗을 순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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