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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개혁일본은왜가능한가]상. 인터뷰 - 행정委 이노구치 구니코위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노구치 구니코 (猪口邦子.45) 조치 (上智) 대 법학부교수 (국제정치학) 는 일본정부의 한시적 개혁기관인 행정개혁회의의 홍일점 위원. 그녀는 "하시모토 총리의 뛰어난 리더십이 개혁추진의 최대 성공요인" 이라고 말했다.

- 개혁회의 위원으로서 관료나 족의원들로부터 압력이나 청탁이 있었을 법한데.

"나는 기본적으로 그런 것을 무시한다. 필요한 자료가 있을 때 관련 성.청에 부탁해 팩스로 전달받거나 직접 만나 받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달라는 등의 노골적인 부탁은 없었다.

나는 연구자로서 권력과 관계가 없는 입장이다.

'사교' 를 안하는 타입인데다 여성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같다. "

- 일본의 개혁작업은 미국의 엄청난 국가적 활력에 크게 자극받은 것같다. 미국의 관료들은 일본과 비교할 때 어떤 장점이 있다고 보는가.

"미국관료들도 수준은 제각각일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일본에 비해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데 강하다.

환경문제나 여성차별 철폐, 어린이보호 등을 내세워 국제회의를 주도하고 있지 않은가.

'어젠다 세팅 (의제선정)' 능력이 대단하다.

정보공개가 당연시되므로 정보량도 많다.

정보력이 어젠다 세팅능력과 연결돼 문제해결력을 높여 준다. "

- 일본의 막강한 경제력은 그동안 튼튼한 관료층이 받쳐준 덕분이지 않는가.

"21세기에는 경제력이나 군사력보다 지적 세계를 주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일본도, 한국도 경제력은 있지만 국제회의에서 지구적 규모의 의제를 내놓고 다른 나라를 설득하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본다. "

- 하시모토 총리가 연립내각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의외라 할 정도로 개혁추진에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번 회의가 소집되면 보통 2, 3시간동안 격론이 벌어진다. 총리는 거의 모든 회의에 참석해 함께 토론한다. 그는 매우 지적인 인물이어서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는데다 토론 자체를 좋아해 회의방향을 주도할 때가 많다. 일본의 풍토에서 매우 드문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파벌까지도 무시하는 통에 '고독한 총리' 라고도 불리지만 나는 개혁이 성공한다면 무엇 보다 총리의 뛰어난 리더십 덕택이라고 본다. "

- 오는 9월 성.청개편안이 완성될 예정인데 최근 회의에서는 어떤 주제가 쟁점으로 등장했는가.

"공무원의 노동자로서의 신분보장 문제를 놓고 견해차가 컸다. 민간인을 어떤 형태로 얼마나 관료조직에 영입하느냐는 문제도 쟁점이었다. "

도쿄 = 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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