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패션, 시카고 단골 의상실 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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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적 패션잡지 보그는 3월호 표지(사진) 인물로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을 실었다. 소매 없는 붉은색 계통의 보라색 실크 원피스를 입은 미셸이 베이지색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모습이었다. 미셸의 사진 옆에는 “미셸 오바마, 세상이 고대하던 대통령 부인”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이 원피스는 대만 출신 신예 디자이너 제이슨 우가 디자인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 축하 무도회 때 미셸이 입은 하얀색 드레스를 만들기도 했다. 미셸은 보그와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는다”고 말했다.

미셸이 우의 옷을 입게 된 데는 시카고 패션계의 실력자 이크람 골드먼의 영향이 컸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NYT는 “시카고에 이크람이라는 의상실을 운영하는 골드먼이 오바마 당선 이후 미셸의 패션 스타일을 결정하는 전례 없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제이슨 우 등 미셸의 옷을 만든 디자이너들은 미셸과 직접 접촉하지 않았다. 중간에서 골드먼이 미셸의 치수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미셸을 위해 여덟 벌의 정장과 두 벌의 겨울 코트, 세 벌의 드레스를 만들었던 마리아 커네이요조차 “거의 아무것도 모른 채 디자인해야 했다”고 말할 정도다. 역대 대통령 부인들은 디자이너들에게 요구사항을 직접 전달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만들도록 했다.

골드먼은 미셸의 스타일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하면서도 앞에 나서지 않는다. 그는 미셸에게 보그 표지 모델로 나설 때 어떤 옷을 입을지 조언했으나 실제 촬영할 때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거부한다. 다른 디자이너들에게도 대통령 부인의 옷을 만든다는 사실을 발설하지 말도록 지시할 정도다. 디자이너들도 골드먼과의 관계를 밝히길 꺼린다. 자칫 골드먼의 눈 밖에 나면 미셸의 옷을 디자인할 기회를 박탈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미셸의 대변인 케이티 매코믹은 “대통령 부인은 이크람 의상실을 수년간 애용한 단골로, 골드먼이 젊고 유망한 사람 등 다양한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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